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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한옥 개구리 '마이삭'

나는 서울 종로구에 한옥을 지어 살고 있다. 종종 “한옥에 살면 어떤 점이 좋아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여러 가지 중 하나만 꼽자면 평범한 순간조차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다.

 

햇빛과 한옥 창호가 만나 생기는 그림자를 온종일 관찰하기도, 기와 끝에서 마당으로 떨어지며 쌓이는 빗방울과 눈송이를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렇게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된다.


작년 늦여름, 태풍 ‘마이삭’이 왔을 때는 조금 무서웠다. 태풍이 끌고 온 비가 나의 작은 마당으로 무섭게 퍼부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마당 화단에 심은 나무들을 살피며 주변을 정리하는데 수풀 더미에서 갑자기 무언가 튀어 올랐다. 깜짝 놀란 나머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들고 있던 쓰레기통과 함께 나뒹굴었다.


‘뭐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근처를 살폈다. 성인 엄지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의 개구리였다. 너무 황당했다. 갑자기 개구리라니? 보는 이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덩치는 곰만 한 남자가 혼자 놀라 자빠진 모습이 어이없었다.


한옥을 나서면 그래도 도시니 저 멀리 북악산에서 내려온 개구리도 아닐 테고, 이미 초가을이라 땅속에서 자다가 뒤늦게 일어난 개구리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하늘에서?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다 큰 개구리가 태풍이 지나가고 마당에 나타났으니 가장 합리적인 추론 같았다.


그 뒤로 며칠간 보이지 않더니 완연한 가을날,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당에서 일광욕을 하며 조용한 일상을 즐길 때였다. “꾸륵꾸륵.” “뭐야, 갑자기?” 놀랍게도 개구리 울음소리였다. 녀석은 내 옆에서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봄, 녀석은 다시 화단에 나타났다.


 

이제 나는 화단에 떨어진 풀잎을 일부러 치우지 않고, 집을 오래 비워야 하면 풀 더미가 건조해지지 않게끔 물을 흠뻑 뿌리곤 한다. 녀석에게 작년 태풍 이름을 따 ‘마이삭’이라는 이름도 붙여 주었다. 나는 고요한 한옥에서 이따금 “꾸륵꾸륵.” 하고 우는 마이삭과 지금도 잘 살고 있다.

 

전상진 님 | 영상 감독, 한옥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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