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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특별한 오늘

얼마 전 친구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친구는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실크 스카프를 발견했다. 해외 출장을 다녀와서 처음으로 준 선물인데, 아내는 특별한 날 쓰겠다며 아껴 뒀단다. 친구는 아내가 고이 보관한 스카프를 안고 몸부림치다 산소로 달려갔다. 스카프로 봉분을 감싸고 한나절을 울었다고 했다. 친구는 말했다. “소중한 것을 아껴 두었다가 특별한 날에 쓰려고 하지 마. 우리가 살아 있는 매일이 특별한 날이야.”

 

그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나야말로 오늘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 매일 특별한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어.’

 

작년 말, 해맞이하러 정동진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검푸른 동해에서 불끈 솟는 찬란한 해를 보며 뭉클했는데, 그 해를 매일 보면서도 무감각하게 살았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그날 퇴근길,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오늘 특별한 날이야. 여섯 시 삼십 분까지 일식집으로 오세요.” 무슨 일인지 묻지 못하게 휴대폰 전원을 끄고, 아내가 좋아하는 안개꽃을 한 다발 준비했다. 식당 로비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즐거운 상상에 젖었다. ‘아내가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물으면 뭐라 답할까?’

 

꽃다발을 든 나를 발견한 아내는 눈을 크게 떴다. “여보, 내 생일은 다음 달인데?” 내가 머뭇거리자 아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외쳤다. “자기, 영전했구나? 축하해!” 아내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나는 아내에게 꽃다발을 안기며 속으로 되뇌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특별한 날이야.’

 

정하득 님 | 충북 진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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