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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스물한 살 노란 띠

스물한 살, 태권도장에 등록했다. 학창 시절 내내 조용하고 운동과 거리가 멀었으니 엄마와 주변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나조차 예상 못한 일이었다.

 

당시 나는 무기력했다. 뚜렷한 목표 없이 비슷한 날을 보내다 여태 해 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위기는 첫날부터 찾아왔다. 나는 초등학생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나이와 이름을 말하자 아이들은 박수를 쳤다. 고작 몇 마디에 큰 호응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 꾸준히 도장에 출석했다.

 

앞 구르기도 머리 딛는 것부터 천천히 배웠다. 초등학교 다닐 적, 겁에 질려 내 차례가 오지 않기만을 바란 나였다. 여전히 무서웠으나 용기를 냈다. 난생처음 물구나무서기도 성공했다.

 

두 달쯤 지나 승급 시험이 다가왔다. 흰 띠에서 벗어날 생각에 기뻐하는 찰나 관장님이 말했다. “심사 전에 꿈을 발표할 거예요.”

 

어떤 멋진 꿈을 말해야 할지 밤새 생각했지만, 당일까지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관, 소방관, 연예인 등 다양한 꿈을 연달아 발표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고민했다.

 

문득 탁자에 놓인 형형색색 띠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뿐인 노란 띠는 내가 받을 것이 분명했다. 처음 도장에 들어서면서 한 결심이 떠올랐다.

 

“제 꿈은 새로운 일에 겁먹지 않는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동안 연습한 품새와 합판 깨기로 당당히 승급도 했다. 그날 받은 노란 띠는 평생 내 가슴에 남을 것이다.

 

강채원 님 | 전북 익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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