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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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선물

 초등학교 육 학년인 그 아이는 길을 잃었다고 했다. 축구 선수로 활동하다가 부상을 당해 꿈을 포기해야 했던 아이는 말끝마다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 뭐 먹고 살아요?” 어른처럼 말하는 모습이 하도 귀여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진지하게 답했다. “그렇구나. 너는 먹고사는 게 걱정이구나. 음…… 그럼 일단 오늘 먹는 것부터 해결할까? 우리 짜장면 먹고 이야기하자.”

 

 짜장면에 이어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까지 밝았던 아이가 다시 어두워지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영호는 국어를, 미소는 영어를 잘해요. 보라는 그림을 잘 그리고, 하늘이는 노래를 잘 불러요. 형태는…….” “신기하네. 너는 그런 거 어떻게 알았니?” 아이는 운동을 그만두고 한 달 동안 교실 구석에서 친구들을 지켜봤다고 했다. 길 잃은 아이는 제 길을 잘 걸어가는 친구들이 무척이나 부러웠을 것이다. 때론 친구들에게 그런 마음을 직접 이야기했단다.

 

 그런데 친구들은 운동을 못하게 된 자기를 위로해 주지 않고 그저 고맙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야기를 나눈 후에 장난을 치거나 자기 고민까지 털어놓는 친구들도 있어 서운했다고. “많이 불편했니?” “서운하긴 했지만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아이는 관찰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났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되었다.

 

 그 아이가 어느덧 이십 대 청년이 되었다. 지금은 외국의 한 대학교에서 상담사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운동을 포기한 사람들을 상담해 주고 싶단다. 공부하다 힘들면 상담 마지막 날 내가 해 준 말을 떠올린다고 했다.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고맙다고? 아니, 내게 고마워할 필요 없어. 그건 선물이야. 다친 네 다리가 너에게 준 선물. 있잖아, 좀 어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인생은 모두 선물이란다. 아프고 힘든 일도 나중에 너를 기쁘게 하는 선물이 될 거야. 이제 길을 찾았구나.”

 

 

문경보 님 | 문 청소년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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