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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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햇살 같은 한마디

보육원에서 삼 년여를 지낸 햇살이는 말도 어느 정도 하고, 본인 취향과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우리와 가족이 되었다. 결혼하고 육 년간 둘이서만 지내던 우리 부부는 아이와 생활하면서부터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거먹이면 설사할까, 저거 입히면 감기 걸릴까…….

 

햇살이를 입양한 지 일주일쯤 지난 저녁, 잠자리에 누운 아내가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깜짝 놀라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기도 모르겠단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 일주일을 보낸 초보 엄마의 심정을 다 알지 못했다. 해 줄 말이 없어 그저 바라만 보는데, 햇살이가 엄마 주위를 맴돌았다. 

 

‘아…… 햇살이는 어른이 우는 모습을 처음 보겠구나.’ 사회 복지사와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의 밝은 모습만 접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니 당황스러운 듯했다. 햇살이는 엄마의 팔다리를 주무르더니 이내 고사리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내는 더 눈물이 날 수밖에. 한참을 안절부절못하던 햇살이가 한마디 했다.

“엄마, 미안해요.”

 

‘너 때문에 우는 거 아니야, 햇살아. 엄마가 그냥 몸이 힘들어서 저절로 눈물이 나는 거야. 햇살이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을 테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아내는 그저 햇살이를 껴안고 펑펑 울 뿐이었다.

 

도저히 그대로는 잠들 수 없을 듯해 다 같이 거실로 나갔다. 우리는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 본 뒤에야 겨우 진정하고 다시 잠들 수 있었다. 그렇게 첫 고비를 넘겼다. 나는 “앞으로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수백 개겠지만, 지금처럼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면서 넘어가 보자.”라며 아내를 다독였다.

 

그로부터 오 년이 흘렀다. 수많은 산을 넘는 동안 나와 아내는 네 아이를 입양한 다둥이 부모가 되었다. 첫째 아들은 벌써 열일곱 살이다(열네 살에 세 번째로 입양 온 아들이 장남이 되었다). 지금 우리 가족은 가평의 전원주택에서 지낸다. 강아지 여섯 마리를 돌보며, 아이들 홈스쿨링까지 거뜬히 해내는 아내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강내우 님 | 성악가, 유튜브 ‘가평별곡’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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