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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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새벽 햇살] 숨은 씨앗

 

천둥 번개가 건물을 건드렸는지, 갑자기 비상벨이 울려 잠을 깼다. 직원들이 안심하고 자라고 했으나 이미 시각은 새벽 다섯 시. 


기상 시각까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다시 잠들기가 애매해 교도소 운동장을 바라봤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운동장 바닥에 고인 물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몇 년 전 나는 우울증을 겪었다. 숨 쉴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삶을 포기하고 싶기까지 했다. 병원에서 입원을 권유받은 무렵, 사고가 일어나 이곳에 오게 되었다. 


구치소에서 울며 보낸 첫날 밤, 나는 생각했다. ‘내 인생은 끝났구나.’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인생의 전환점에 선 듯하다. 우선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다행스럽게도 건강이 좋아졌다. 그리고 오랫동안 꿈꿔 온 제빵사가 되고자 자격증도 두 개 취득했다. 


수용자를 사랑으로 품어 준 선생님의 자상한 가르침과 인생 2막을 의미 있게 살고 싶은 나의 간절함이 빚어낸 결과였다. 


나는 큰 성공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나 자신을 예전처럼 원망하지 않고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미국의 소설가 존 허시가 쓴 책 《1945 히로시마》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새 잡초들이 무성해져 잿더미를 뒤덮어 버렸고, 죽은 도시의 앙상한 뼈대 사이 사이로 야생화들이 만발했다. 가공할 만한 폭탄조차도 땅속에 숨어 있던 생명의 씨앗에는 그 위력을 미치지 못했다.” 


폭탄이 떨어진 땅에도 싹이 돋고 꽃이 핀다. 나 역시 좌절하지 않고 새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의 인생에도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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