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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아버지의 질문

어릴 적 내가 살던 곳 근처에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일요일 아침마다 나는 어떻게든 늦잠을 자려 했고, 아버지는 그런 내가 함께 뒷산으로 나설 때까지 기다렸다. 예외 없이 나와 동생은 뻑뻑한 눈을 비비며 아버지를 따라 등산로로 향했다.

 

그날도 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한겨울이라 등산로에는 눈이 얕게 쌓였고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 흙이 듬성듬성 드러났다. 한참 걷다 보니 등산로 옆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그 안쪽의 작은 나무 팻말엔 이렇게 적혔다. “이 곳은 사유지임.” 아버지는 걸음을 멈추더니 팻말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러곤 앞에 놓인 주먹만 한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고 나에게 물었다. “여기는 사유지구나. 너는 이게 무슨 뜻인 것 같으냐.”

 

나는 그 정도는 안다는 듯 대답했다. “그야 주인이 있는 땅이란 뜻이겠지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누군가가 이 땅의 주인이란 의미지. 하지만 누군지는 몰라도 아마 여기 놓인 돌멩이 하나 만져 보지 못한 채 땅 주인으로서의 삶을 마감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주인 자리를 넘겨주겠지.”

 

아버지는 손에 든 돌멩이로 시선을 옮기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여기 놓인 돌멩이 하나, 나무 한 그루조차 만져 보지 못한 그가 이 땅을 진정으로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이곳을 소유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는 이땅을 잠깐 스쳐 지나가는 것 뿐 아닐까?”

 

그날 아버지는 나에게 삶의 본질은 소유가 아닌 경험이란 걸 깨우쳐 주고자 했으리라. 돌이켜 보면 아버지는 늘 그런 식이었다. 질문을 던지고 내가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남긴 채 기다렸다.

 

이제 내가 그 무렵의 아버지 나이가 되었다. 나는 종종 딸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나도 그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나도 묵묵히 기다려 줄 수 있을까. 비로소 알 것 같다. 아버지의 그 숱한 기다림에는 내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깨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음을.

 

신승건 님 | 외과 의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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