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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동행의 기쁨] 배부른 응원 <사제 이문수 님, 목사 최운형 님>

삼천 원에 밥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일인분을 시키면 푸짐한 돼지고기김치찌개가 나온다. 재료가 풍성하고 맛도 훌륭하다. 밥은 무한 리필이다. 

 

식당 사장님의 면면이 신기하다. 1호점은 신부님, 2호점은 목사님이 운영한다. 사제 이문수 님(46세, 사진 왼쪽)이 개업 계기를 말했다. “한 수녀님이 식당을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고시원에 살던 어떤 청년이 굶주려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보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밥을 못 먹는 청년이 있다는 걸 자각하신 거예요. 어르신이나 노숙자를 위한 식당이 있는 것처럼, 청년을 위한 식당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성직자들이 거기서 일하며 청년들에게 밥도 주고, 이야기도 들어 주고요. 저도 그 뉴스를 보고 가슴 아팠기에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어요. 사실 다른 신부님들은 탐탁지 않아 할 줄 알았어요. 식당 일이 쉽지 않고, 우리가 하던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얘기해 보니 의외로 다들 좋다면서, 저보고 하라고 하더라고요. 공식 회의를 거쳐 개업이 결정되었어요.”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 좋아하고,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정했다. 인력과 재원이 한정되다 보니 단일 메뉴로만 운영한다. 삼천 원이라는 가격은 어떻게 정했을까? 이문수 님은 말했다. “처음엔 천 원 정도 받으면 되나 생각했어요. 수도원에 살다 보니 이렇게 경제관념이 부족해요(웃음). 명성진 목사님이 부천에서 청소년을 위한 식당을 하세요. 가정식 백반을 파는데, 삼천 원을 받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받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얼마라도 돈을 받는 이유가 있다. “무료로 하면 오히려 안 와요. 가난하다고 낙인찍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식당에 온 대학생한테 무료로 주면 어떨지 물어봤는데, 호기심에 두세 번은 와도 그 후로는 안 올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목사 최운형 님(53세, 사진 오른쪽)은 삼천 원이 과학적인 가격이라고 했다. “이천 원은 공짜로 주는데 덤으로 돈을 받는 느낌이고, 사천 원은 조금만 더 내면 다른 걸 먹을 수도 있어서 마음에 갈등이 생겨요. 삼천 원이 자존심도 지키고 부담도 없는 금액이라고 생각해요.” 식당을 운영하기에는 어려운 가격이지만, 후원자와 봉사자들이 있어서 충당이 된다.

 

이름은 ‘청년 식당 문간’이다. 하나 청년 말고 어르신, 아이, 중년 등 다른 연령대 손님도 많이 온다. 전체 손님 중 청년은 반 정도. 돈도 받고, 남녀노소 누구나 오는 일반 식당이기에 청년들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편안히 온다.

 

최운형 님은 미국에서 중형 한인 교회를 담임했다. 교인은 약 삼백 명이었다. 안정된 생활을 하다 고민이 생겼다. “예수님은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을 위로하고 회복시키고 치료하셨어요. 그게 기독교의 기본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나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신앙을 펼치고 싶었어요.”

 

식당을 하면 어떨까 싶었다. 옛날부터 해 보고 싶었다고. 뜻을 이야기하니 모두 어림없는 소리라고 했다. 돈도, 기술도 없으니 망할 거라면서. 고민이 깊어 가던 중에 이문수 님 기사를 봤다. “이거다 싶었어요. 그다음 주에 바로 비행기 타고 한국 와서 신부님을 찾아갔어요.”

 

최운형 님은 이문수 님에게 물었다. “신부님, 여기 좋은 식당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렇죠.” “좋은 거 하나 더 있으면 좋잖아요.” 이문수 님은 그 자리에서 동의했다. 최운형 님은 미국으로 돌아가 두 달 만에 모든 걸 정리하고 한국에 와서 2호점을 차렸다.

 

성직자로서 성당, 교회에 있을 때와 식당에서 일할 때 차이점이 있을까? 이문수 님은 말했다. “손님들, 특히 청년들이 저에게 더 편하게 다가오는 듯해요. 매스컴에서 가게 얘기를 접하고 고민 상담하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청년이 가끔 있어요. 수도원에만 있었으면 못 만났을 거예요. 서울에만 성당이 수백 곳이에요. 간단히 검색해도 주소가 나오니 신부님이나 수녀님한테 갈 수 있어요. 한데 그렇게는 찾지 않는 거죠. 제가 식당에 나와 있으니 오는 거예요. 성당 밖에 있는 청년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좋아요. 하길 잘했다 싶죠.”

 

최운형 님은 말했다. “제 목회 표어가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는 예수님 말씀이에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인 오병이어 기적에서 나오는 성경 구절이다. “그걸 영적인 양식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예수님은 실제로 먹을 걸 주셨어요. 지금 제가 요리해서 음식을 주니까 좋아요. 교회에 오면 뭔가 얻어야 해요. 치료되든, 회복되든, 배를 채우든. 세상에서 탈진한 사람들이 와서 뭐든 채워 가야 돼요. 여기 오면 최소한 밥은 배불리 먹잖아요. 그래서 저는 여기가 교회 같아요. 우리나라에 밥 못 먹고 사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이들에게 교회가 밥을 먹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1호점과 2호점은 운영 방식이 다르다. 1호점은 수도회에서 하고 이문수 님이 담당자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식당 일이 사목의 일부다. 주방장은 따로 있고 그는 서빙과 관리를 한다. 수도원에서 지내며, 사제로서 미사를 봉헌하거나 강연도 한다. 한편 최운형 님은 목회하는 교회 없이 식당 일을 전업으로 한다. 요리도 직접 한다. 그는 2호점에 ‘따뜻한 밥상’이라는 이름을 하나 더 붙였다. 청년만 오는 곳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기에 새 이름을 고안한 것. 또 후배 목사 중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식당을 늘려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창원에서 따뜻한 밥상 2호점이 문을 열었다. 이처럼 운영 방식은 달리하면서도 창업 정신이나 가격은 지키며 함께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처럼 이문이 오가지 않고 그저 ‘밥을 먹이자’는 정신 아래 의기투합한 관계이기에 가능한 공생이다.

 

이문수 님과 최운형 님은 저녁에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기로 했단다. ‘성찬식’을 하러 간다며 웃었다. 신부님과 목사님 사이에 통하는 유머다. 이렇게 몇 달에 한 번씩은 만나서 회포를 푼다고.

 

둘의 공통된 바람은 이런 식당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최운형 님은 말했다. “1호점에 이런 글이 붙어 있어요. ‘대한민국 청년을 응원합니다.’ 응원이란 말이 와닿았어요. 손님들이 밥 먹을 때마다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껴요. 이런 식당을 통해서 이 세상의 힘든 사람들에게 응원이 전해지는 게 중요한 듯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밥 먹으러 온 청년이 있었어요. 대학생인데, 취업 준비 중이래요. 하루는 근사한 차림으로 찾아왔어요. 일 년 만에 취업했다고, 이사 가서 앞으로는 못 온대요. 그러면서 이 밥집 덕분에 취직했다는 거예요. 우리가 해 준 게 뭐 있어요, 자기가 매주 와서 밥 먹은 게 전부인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응원받은 느낌인 거예요. 이렇게 응원하는 곳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요.”

 

글 _ 이호성 기자, 사진 _ 최연창 153 포토 스튜디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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