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열차 안에서

 

그날따라 열차 안은 몹시 붐볐다. 출입문 근처에 서 있던 나는 건너편 좌석의 일정 범위가 텅 빈 걸 발견했다. 이상했다. 모두가 그 근처에 다가가지 않으려 억지로 버티고 서 있는 느낌이었다.

 

고개를 빼고 보니, 한가운데 젊은 남자가 앉아 있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남자는 몸을 앞뒤로 흔들며 혼잣말하다가 두 손으로 귀를 막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안 들려!”

 

승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괴로워하며 머리를 흔들기도,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발을 구르기도 했다. 동시에 끊임없이 안들린다고 외쳤다. 무엇이 안 들린다는 걸까. 호기심이 생겼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커졌다. 열차 안에서는 특별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터였다. 

 

다른 칸으로 가야 하나 고민할 때, 남자의 휴대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열차 안은 조용한 편이었고, 나를 비롯한 승객들은 남자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응, 엄마. 나 지하철이야. 근데 엄마, 나 무서워. 또 소리가 들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심장은 쿵 내려앉았다. 아마 다른 이들 역시 그랬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런 이유 없이 몸을 흔들고, 귀를 막고, 안 들린다고 외치는 남자를 보며 두려움을 느꼈듯이 남자 역시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들리지 않아야 할 소리가 들려서.

 

“알았어, 귀 막고 있을게.” 잠시 가만히 듣고 있던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사랑해, 엄마.”

 

통화를 마친 남자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았다. 여전히 두 손으로 귀를 막았지만, 이젠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참아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타인이 감내하는 고통이 얼마나 크고 괴로운지.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알고 있다. 가족에게 사랑을 전하는 사람의 넉넉한 품과 온기를. 나는 더 이상 남자가 두렵지 않았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로 보였다.

 

 

이서수 님 | 소설가


고객센터

  • 정기구독02 - 337 - 0332
  • 기프트북02 - 330 -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