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날개를 펴다

 

대학 졸업을 앞둔 무렵, 아버지 사업이 부도났다.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다섯 식구가 사글세 집으로 이사했다. 

 

난 아르바이트비를 들고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 비행기푯값을 제하니 한 달 살기도 빠듯했다. 그 돈으로 방을 구하고 보석 매장에서 일했다. 도시락을 싸고, 무료 트램을 타거나 걸어 다녔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자격증을 딴 다음 한국에 돌아와 영어 강사가 되었다.

 

매달 빚 갚는 아버지를 도우면서 임용 고시 준비하는 동생을 뒷바라지했다. 청바지와 티셔츠 몇 장으로 한 계절을 나면서도 당당했다. 이 고비를 넘기면 날개를 달고 비상할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동생이 시험에 붙고, 아버지 개인 회생 절차도 끝났을 때 비로소 속내를 털어놓았다. 

 

“경찰이 되고 싶어요. 지금부터 공부하겠어요. 필요한 돈은 모아 두었으니 허락만 해 주세요.”

 

쉽지는 않았다. 낙방을 거듭하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돈도 점점 바닥을 드러냈다. 시름에 젖을 즈음, 엄마가 온 가족을 한자리에 불러 놓고 말했다. 

 

“우리 큰딸, 노량진으로 가라. 이제껏 독서실 다니면서 혼자 공부했으니 수험생들 모인 곳에 가서 자극도 받고, 원 없이 공부하거라.” 동생도 “내가 언니 뒷바라지할게.” 했다.

 

나는 여행 가방에 옷가지와 책을 싣고 노량진으로 향했다. 지칠 때마다 가족사진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마침내 합격한 순간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이젠 안다. 부단히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는걸. 

 

도현단 님 | 대전시 서구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