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혼자가 아니다



우리 지역에는 일인 가구가 많다. 이들은 일상생활 유지가 녹록지 않아 사회적 관계마저 흔들리는 아픔을 겪고 있다. 이들을 위해 ‘가치 키움 프로그램’의 문을 열었다. ‘같이’라는 가치를 심기 위해 싱글 남성 여섯 명을 초대했다. 


노년에 가까운 세월을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온 그들. ‘서로 말은 나눌까, 자존심을 내세워 다투지는 않을까, 여러 활동에 의욕은 보일까?’ 모임을 거듭할수록 걱정은 기대로 변했다.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일상을 있는 그대로 나누면서 서로를 칭찬하고 위로했으며,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웃음이 찬거리가 되었다.


모임이 끝날 무렵, 나는 다른 업무로 인해 참가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식사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내가 떠나고 그간의 관계가 깨질 정도로 심한 다툼이 일어났다는 것을 며칠 뒤에 알았다. 


남은 시간은 이 주. 나들이를 다녀오면 그다음이 마지막 모임이었다. 역시 개인적인 성향, 폐쇄적인 생활은 나아질 수 없는 걸까? 그래도 설득은 해 봐야지 싶어 한 명씩 찾아갔다. 두 명이 상처를 입었고, 그중 한 명은 회복이 어려워 보였다.


결국 그는 나들이 때 나타나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잠시의 여행은 그들에게 쉽지 않았다. 즐거워야 할 공기가 미지근했다. 이 모임도 이렇게 식어 버리겠구나. 힘이 빠졌다. 


그런데 말 몇 마디가 나의 의지를 회복시켰다. “박 팀장, 조 형 무슨 일 있다 하던가?” “경치 좋구먼. 조 사장도 바람 쐬면 좋아했을 건데.” “평소 그 형님이 회 얘기를 많이 했는데, 없어서 아쉽네요.” 


나들이를 마친 후 그에게 이들의 마음을 전달하며 마지막 모임에 꼭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참석했지만 모임 내내 조용했다. 

 

‘온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실망감을 감추려는데 그가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공 사장, 마음 풉시다. 내가 미안하오.” “아닙니다, 조 사장님. 그런 거 아닙니다.” 둘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수차례 악수를 나누었다. 함께한 시간이 상처를 아물게 한 듯했다. 


공식적인 모임은 끝났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된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박지택 님 | 반여 종합 사회 복지관 사회 복지사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