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다정한 말

출근길, 그날도 어김없이 달렸다. 평소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는 발 디딜틈 없이 꽉 차 있었다. 그날은 다행히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열심히 달린 덕분이라고 만족할 무렵 한 할머니가 빈 플라스틱 병 여러 개를 손에 들고 큰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쌀, 콩, 보리쌀, 팥도 담아 놓을 수 있어. 그러면 벌레도 안 생기고 좋아.”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달려와 숨도 차고, 머리도 띵했다. 그 와중에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할머니에게 짜증이 났다.

 

지하 팔 층에서 올라가기 시작한 엘리베이터가 지상에 다다랐을 때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 또래 여성이 말했다. 잘 배웠습니다.” 다정하고 공손한 말투였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역을 빠져나와 일터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뛰어다녔지만 정작 다른 이의 말에 공감하지 못했구나. 잘 살고 있는 걸까?그 일로 나를 돌아보았다. 앞으로는 조금 일찍 집을 나와서 걸어 봐야겠다. 몸과 마음의 군더더기를 빼고, 이 계절도 만끽할 겸해서 말이다.

 

최은화 님 | 부산시 해운대구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