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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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현관문 앞에서

우리 집 현관문은 열쇠로 열고 잠근다. 안에서 잠글 때는 손잡이 가운데를 오른쪽으로 ‘딸깍’ 돌려야 한다. 엄마는 외출할 때 문을 잠갔는지 기억나지 않아 되돌아와 확인하는 일도 있다. 서울에 사는 남동생은 그런 엄마가 걱정돼 집에 올 때마다 비밀번호 잠금장치로 바꾸자고 한다. 하지만 열쇠가 크게 불편하진 않다. 가방 안에서 짤랑거리는 열쇠 소리는 정겹기도 하다.

 

때로 이 옛날식 열쇠는 생각지 못한 것을 일깨워 준다. 내가 집에 있을 때 아빠가 외출하면 나는 재빨리 ‘딸깍’ 하고 문을 잠근다. ‘문단속했으니 걱정 말라’는 일종의 신호다. 한데 아빠는 내가 어릴 적부터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을 잠근다. 내가 외출하면 아빠는 현관 신발장 앞까지 나와 배웅하고, 문을 닫은 뒤에도 잠그지 않고 그대로 서서 내 발소리를 듣는다. 내가 계단을 다 내려가 ‘딸깍’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면 그제야 문을 잠근다.

 

나가자마자 문 잠그는 소리가 들리면 매정하게 느껴질까 싶어서다. 늘 그렇게 문 앞에 한참을 서서 배웅해 주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뒤부터 나는 아빠가 얼른 문을 잠그고 들어가도록 계단을 빨리 내려갔다. 1층에 다다르면 일부러 발소리를 내지 않고 기다리기도 했다.

 

‘딸깍’ 소리를 들으려고. 문 잠그는 방식 하나로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기에 열쇠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오늘도 계단을 다 내려갈 때까지 문 잠그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신발장 앞에 서서 딸의 발소리를 듣는 아빠를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돈다. 최신식 잠금장치가 달린 크고 좋은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아빠의 소박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지금 이대로도 행복하다.

 

김진애 님 | 대전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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