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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이별 후애(後愛)

주말 오후, 남편과 멀찍이 떨어져 앉아 마른 빨래를 함께 개켰다. 남편이 문득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더라도 나에게 더 잘해 줄 걸 하고 자책하지 말기로 해요. 난 충분히 다 받았으니.”

 

나는 살짝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이에는 다섯 식구분의 빨래 더미가 있었다. 다른 질문이나 설명 없이 가장 하고 싶은 대답만 덧붙였다. “나도 이하 동문.”

 

대화는 짧고 담담했지만 또 깊고 다정했다. 이 대화 속에 우리 만남의 본질과 목표가 담겼다. 이별의 순간 받을 것 다 받고 줄 것 다 주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 잘 만났기에 잘 이별할 수 있는 사이.

 

모든 만남은 이별을 예비하고, 모든 이별에는 만남의 본질이 들었다. 어쩌면 만남과 이별의 순환이 이토록 긴밀하기에 우리는 만날 때와 헤어질 때 ‘안녕’이라고 같은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잘하라’며 서로의 옆구리를 찌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또 잘 잊고 잘 속는 데다 빨래 더미처럼 쌓인 수많은 일상의 과제에 압도되어 그 소중함을 쉽게 잊는다. 이별의 지점에 도달하고 나서야 잘 주지 못했음에, 잘 받지 못했음에, 그리하여 이제는 남은 마음, 남은 사랑과 홀로 남겨졌음에 가슴을 친다.

 

이제 막 이별한 사람만큼 만남에 대한 주옥 같은 통찰을 전해 주는 사람도 없는 법. 시어머니와 이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남편과의 사소한 말다툼 후 뒤 틀려 차가워진 내 마음을 다시금 말랑말랑하게 적셨다.

 

“우리가 서로에게 원한 건 그저 사랑을 주고받는 것뿐일 텐데, 남는 것은 결국 못다 준 사랑밖에 없는데, 왜 우리는 그토록 많은 시간 서로 원망하고, 오해하고, 너무 가까워지지 않으려는 데에 마음을 썼는지 몰라요.”

 

미처 전하지 못한 남은 사랑이 회한과 자책, 미련으로 전환되는 것을 들으며, 내 안의 사랑을 차갑게 얼려 두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순간마다 마음을 고쳐먹자고 결심한다. 아낌없이 주고, 받은 것을 소중히 간직하자고. 이별 후 남는 사랑이 없도록.

 

선안남 님 | 상담 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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