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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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산울림 법칙

나의 애장품 중 하나는 휴지처럼 돌돌 말린 먼지 청소용 테이프다. 그걸 들고 어찌나 찍찍거리고 다녔는지, 아랫집 아주머니가 올라와 쥐라도 있는 건 아닌지 묻기도 했다.

 

그렇다. 나의 취미이자 특기는 청소. 대학 시절부터 시작해 꽤 오랜 기간 혼자 자취할 때도 내 집은 언제나 손님 방문 오 분 전 상황이었다.

 

결혼 후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은 마치 모델 하우스 같다며 놀라워했다. 청소 예찬론자인 나는 그저 칭찬으로 받아들이며, ‘이렇게 깔끔하게 사니 얼마나 좋아? 우리 남편은 복도 많지!’라는 생각에 의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싫은 소리 잘 안 하는 남편이 속에서 뭔가 욱하고 올라온 모양이다.

 

“우리 집인데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없어?”

나도 마음이 상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썼다. 한데 돌아앉아 생각하니 청소는 깔끔한 걸 좋아하는 내가 선택한 즐거운 행위였다. 그럼에도 신나게 청소하다가 동참하지 않는 남편을 발견하면 짜증이 쑥 올라왔다. ‘혼자 사는 집도 아닌데 왜 나만 이러고 있나?’ 여지없이 얼굴과 말투에 마음이 묻어났다.

 

“내가 청소부야? 같이 안 할 거면 저리 좀 비켜!”

그뿐인가, 남편이 청소 수준을 맞춰 주기를 기대하며 한두 마디씩 들이밀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정리는 해야지?”

“샤워하고 나면 욕실 물기 정리는 기본 아닌가?”

“현관에 들어오기 전에 신발은 탁탁 털면 좋겠지?”

 

내 얼굴에 묻은 밥풀을 나만 몰랐다. 청소는 좋은 거라며 나만의 취향을 남편에게 강요한 건 아닐까? 혹은 가족이니까 당연히 이해할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지나치진 않았나? 스스로에게 종종 묻는다. 세상의 변하지 않는 이치 중 ‘산울림 법칙’이 있다. “웬수야!” 하고 소리 지르면 반드시 “웬수야!” 하고, “사랑해!” 하면 “사랑해!” 하고 돌아온다. 내가 자주 듣는 말은 무엇인가?

 

박혜은 님 |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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