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완벽한 여름날

최근에 한 회, 한 회 아껴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러브 유어 가든: 힐링의 정원〉. 방치된 정원을 새롭게 꾸며 주는 내용으로, 2000년 엠비시 대표 프로그램인 〈러브 하우스〉와 똑 닮았다. 바뀐 정원을 보고 울먹이며 감동하는 출연자들의 얼굴 클로즈업까지.

 

출연자 대부분은 가족 중에 아프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있고, 그를 전적으로 돌보는 헌신적인 이가 있다.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집 안에서 지내는 이들이 수목과 관목, 각종 꽃과 풀로 채워진 멋진 정원을 감격한 얼굴로 바라본다. 그 장면을 마주할 때면, 감동을 연출하는 편집과 구성의 뻔한 수법을 알고도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오늘 점심을 먹으며 본 에피소드는 닉슨 가족의 얘기였다. 영국 헤리퍼드에 사는 리앤은 아로마 요법 마사지사로 일하며 살았는데, 마흔셋에 루게릭병을 진단받는다. 원예사 프랜시스는 근육이 위축되고 마비를 겪는 리앤이 좋아할만한 식물을 떠올리며 시골 허브 정원을 방문한다. 다양한 식물이 가득한 허브밭을 보는 프랜시스. “정말 아름다워.”를 연발하는 그에게 주인은 몇 가지 허브를 추천한다. 마음을 달래고 긴장을 풀어 주는 ‘라벤더’, 잎과 꽃이 각각 다른 향을 내고 소화 불량과 수면 장애에 좋은 ‘레몬 버베나’, 활기를 주고 불안증 치료에 효과적인 ‘버거못’. 프랜시스가 ‘버거못’ 향기를 맡으며 홍차와 꽃향기가 떠오른다고 하자 주인이 답한다. “향기만으로도 희망을 안기는 거예요. 여름 같죠?” “네, 맞아요. 정확해요. 완벽한 여름날요.” 

 

눈물을 닦고 작업하러 카페로 나섰다. 모처럼 맑은 날씨가 아까워 씩씩하게 걸었다. 카페에서 홍차를 시켰다. 그러고 보니 어제 동네를 걷다가 한 가게 앞에서 화분 가득 핀 ‘구문초’, ‘로즈 제라늄’의 진하고 톡 쏘는 향기를 맡았다. 여름밤의 열기를 잠시 잊게 하는 강한 향기. 모기를 쫓는다며 화원 앞에 내놓고 파는, 흔하지만 강인한 허브다.

 

지난달에 분양받은 세 평 남짓한 텃밭에 구문초와 각종 허브를 심어야겠다. 여름을 향기롭고 편안하게 보내기 위해. 허브로 채운 정원에서 완벽한 여름날을 보낼 수 있으리라.

 

안난초 님 | 만화가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