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이달의 좋은생각

[특집] 질투여, 안녕!

나는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다. 머리가 좋거나 재능이 있기보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높은 성적을 받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인 나는 서서히 주목을 받았다. 중학생 때는 ‘우등생’이라는 시선과 함께 학급 임원도 맡았다.

 

“쟤는 공부도, 운동도 잘한대.”

사람들의 관심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론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고, 무엇이든 잘하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었다. 나는 명문으로 꼽히는 여고에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스로 공부를 꽤 한다고 자부했다. 하나 첫 중간고사를 치른 뒤 좌절하고 말았다. 마흔다섯 명 가운데 이십 등. 처음 받은 등수에 놀란 나는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는지 알았다.

 

일 등을 한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는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아서 모두와 친하게 지냈다. 쉬는 시간마다 공부하는 나와 달리 수업에만 집중해도 좋은 성적을 냈다. 내가 꿈꾸던 고등학교 생활이었다. 부럽고 질투가 났다.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친구가 미워 툭툭거리곤 했다. 체력장을 할 때 감기에 걸려 실력 발휘를 못한 채 양호실로 가는 친구를 보면서 속으로 ‘고소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못난 마음으로 지내던 중 시화전이 열렸다. 미술을 좋아한 나는 시화전에 출전했다. 두 명이 한 조가 되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 친구와 한 팀이었다. 매일 방과 후에 한 시간씩 짬을 내 함께 작업해야 했다. 공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즐겁게 하려고 지원했는데, 반대로 짜증 나는 시간이 되고 말았다.

 

시화전 주제는 ‘꽃’. 불편한 마음을 숨긴 채 친구와 어떤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릴지 상의했다. 무심코 친구의 글씨를 본 나는 깜짝 놀랐다. ‘발로 써도 이보다 낫겠다.’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반면 나는 글씨를 잘 써서 ‘맹’이라는 별명에 글씨체의 ‘체’를 더해 ‘맹체’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친구는 나를 부러워했다.

 

“글씨체 진짜 예쁘다.”

친구는 내 노트를 넘겨 보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글씨체가 고쳐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자기 글씨를 보는 게 싫다고, 콤플렉스라고도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으며 자신의 스승이 되어 달란다. 다 쓴 노트 한 권만 주면 보고 연습하겠다며.

 

그날부터 친구는 틈만 나면 내 자리에 와서 노트를 보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내게 없는 장점을 가진 친구를 미워했는데, 친구는 내 장점을 알아봐 주고 배우려 노력했다.

 

글씨체를 봐주면서 친구의 따뜻한 인성을 배웠다. 그동안 질투했다고 차마 고백하지는 못했지만 친구도 어느 정도 짐작은 했으리라. 이후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면 부러워하기보다 배울 점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럴수록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발전시킬 수 있으니까.

 

한명희 님 | 경기도 의정부시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