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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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당신에게 평화가

인생의 공백기가 있었다. 마흔을 넘어선 나이. 자신감은 충만했지만 세상은 쉽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나는 점점 위축되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중, 한 마트에서 겪은 일이다. 카운터 직원이 계산하려는 베트남 여성에게 고함을 쳤다. “저리 비켜! 가뜩이나 바쁜데, 한국에 왔으면 한국말을 배우든지.” 그리고 뒤에 선 나부터 계산하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보고 외국인을 위한 마트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마트를 하면서 외국인들과 친해지려 대화를 계속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조용히 물건만 사고 돌아갈 뿐이었다. 그래도 각 나라의 간단한 인사말을 외워 건네며 친근한 인상을 주려 노력했다. 시간이 흘러 제법 많은 손님이 왔고, 이런저런 대화도 오갔다. 그제야 그들이 왜 한국인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지 않는지 알았다. 모욕적인 언사와 구타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하루는 머리를 크게 다친 친구가 왔다. 뼈가 보일 정도로 찢어졌다. 도를 넘었다고 생각해 경찰과 노동청에 신고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한데 그 친구는 한국어가 서툴러 오히려 불이익만 받았고, 그를 도와준 우리 가게는 사장들로부터 출입 금지를 당했다.

 

힘들게 일군 가게에 위기가 왔다. 인적이 뜸한 가게를 홀로 지켰다. 사장 눈치를 봐야 하는 그들이 우리 가게에 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셀 수 없이 많은 외국인이 한꺼번에 가게로 들이닥쳤다.

 

“고맙습니다, 형님!”

어찌 된 영문인지 물으니 주말마다 여는 축구 모임에서 이번 사건 이야기를 나눴단다.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었으니 자신들도 보답하자고 마음을 모았다고 했다. 작은 도움을 준 것뿐인데, 부끄럽고 고마웠다.

 

어느새 나는 가족 이야기나 고민, 힘든 일과 등을 들어 주는 사랑방 아저씨가 되었다. 짧은 회화가 가능한 언어도 열 개에 이른다. 나의 세 딸도 자연스레 외국인들과 인사한다. “앗살람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선호인 님 | SNS(에스엔에스) 아시안 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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