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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님 에세이] 아파트 터줏대감
2018.02.09   조회수 : 2,056    댓글 : 0개

우리 엄마는 이십 년째 아파트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이삿짐 차라도 들어오는 날이면 바깥에 지키고 서서 몇 동 몇 호에 누가 왔는지 확인하고야만다. 일일이 신경 쓰기 피곤하지도 않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했다.

 

“피곤하긴. 일평생 이렇게 살았는데.”

그건 그렇다. 초등학생 시절 가장 뚜렷하게 기억나는 엄마의 모습은 베란다에서 내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봐 주던 것이다. 내 등굣길과 하굣길에는 엄마의 시선이 따라다녔다.

다리가 불편한 엄마는 베란다 의자에 앉아 바깥 구경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엄마에게 난 ‘우리 동네 공식 스토커’라는 별명을 지어 줬다. 엄마는 별명을 제법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평생 쓸모없을 줄 알았건만, 엄마의 스토커 기질 덕에 옆집 할아버지는 목숨을 건졌다.

혼자 사는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분주하게 집을 나서곤 했다. (물론 이 사실 역시 엄마를 통해 알았다.) 그리고 일주일에 절반은 술에 취해 콧노래를 부르며 들어왔다. 매번 자정이 넘어서야 들리던 노랫소리가 그날은 어째서인지 초저녁에 났다.

 

“이상하네. 이렇게 빨리 들어오는 분이 아닌데.”

난 별걸 다 신경 쓴다고 타박했지만 엄마는 굴하지 않았다.

 

“저 집은 누가 가끔씩 들여다봐 줘야 해. 어르신 혼자 사시잖니?”

이십 년 전만 해도 우리 아파트는 이웃간의 정이 꽤 끈끈했다. 그러나 한 집 두 집 동네를 떠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낯선 이들의 터전이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 집만큼은 한자리를 지켰다. 비록 살가운 교류는 끊겼지만 엄마는 계속 이웃들을 살폈다.

“어디서 탄내가 나는 것 같은데. 옆집 아니야?”

엄마가 급히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정말 탄내가 훅 들어왔다. 나는 ‘저녁 준비하다 뭔가 태웠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엄마는 아니었다. 옆집이 이상하다며, 할아버지가 술에 취하면 집에서도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는데 오늘은 안 들린다고 했다.

엄마는 굳게 닫힌 옆집 현관문을 재차 확인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가 다급하게 외쳤다.

 

“어머, 어떡해!”

다급한 목소리에 복도로 나갔다. 옆집에서 지독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사고가 분명했다. 엄마가 급하게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얼른 119에 신고했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문을 열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아랫집 소녀는 실핀을, 위층 아저씨는 문고리를 부수기 위해 삽을 들고 왔다.

구급 대원이 도착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간 거실은 뿌연 연기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콜록거리며 하나둘 자리를 떴다. 한데 엄마는 할아버지가 괜찮은지 확인해야 한다며 물수건을 코에 대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났을 거란 말에 엄마는 “더 빨리 들여다봤어야 하는데…….다 내 잘못이야.” 했다.

 

그렇지만 모두 알 것이다. 엄마가 아니라 나와 다른 이웃들의 무관심이 더 야속하다는걸.

그날부터 아파트 통로가 제법 시끌벅적해졌다. 이 집 저 집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잦아졌다.

옆집 할아버지와는 여전히 잘 지낸다.

종종 우리 집에 뻥튀기와 양갱을 가져다주곤 한다. 어느 날은 아들 식구까지 데려와 고맙다고 인사하며 한우를 선물했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가끔 술을 마시고 들어온다. 하지만 그날처럼 술에 취해 라면 물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잠들지는 않는단다.

 

김하늘 님 | 인천시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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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마루] 각자의 산사, 하나의 연등
2018.08.08   조회수 : 927    댓글 :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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