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카테고리

[햇살 마루] 내가 본 최고의 엄마
2018.02.09   조회수 : 1,655    댓글 : 2개

야생의 초식 동물들은 새끼를 낳으면 그들이 두 다리로 일어서서 젖을 찾아 먹도록 응원한다. 일어나지 못한다고 해서 부축하거나 몸을 숙여 젖을 물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육식 동물들은 새끼들이 젖을 떼면 직접 사냥할 수 있도록 작은 동물을 잡아다 놓고 훈련을 시킨다. 조류도 새끼들의 날개가 여물 때까지만 돌보다가 독립을 시키는데 이때 날지 못하는 새끼에게 매우 냉정하다.

 

동물만 그러한가. 옛날 부모들은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했다. 동물의 세계와 똑같았다. 어디 부모뿐인가, 마을 사람들도 함께 키워 주었다. 잘못을 보면 꾸짖어 아이들을 단단하게 키우는 데 한몫을 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화둥둥 품에 안고 키운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면서.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삼십팔 년간 근무하다 명예퇴직을 했다. 삼십팔 년이 만만한 세월인가? 퇴직한 지 어느덧 구 년째에 접어들지만 생각과 행동은 아직도 학교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식당에서 뛰는 아이를 붙들고 ‘얘야, 먼지 나니까 뛰지 마라. 그러는 것 아니다.’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아이를 보면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 예의를 지켜야지. 그러지 마렴.’ 하고 가르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고 온몸이 비틀린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참는다.

 

처음부터 이렇게 비겁했던 건 아니다. 퇴직하고 금방은 사명감을 가지고 애들을 가르쳤다. 그랬더니 부모들이 야단이었다. 

“웬 참견입니까. 우리 아이 기죽이지 마세요.” 

마을 사람들이 함께 키운 아이들은 묵은 전설이 되었다. 그래서 나도 바뀌고 말았다.

 

식당에 아이들이 있으면 멀리 자리 잡고 앉았다. 공공장소에서 애들이 떠들면 외면하고 그들이 갈 때까지 기다렸다. 이런 답답한 세태를 나만 느꼈겠는가?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 앞날이 캄캄하다고 한탄한다. 그러면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내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한 엄마 때문이다. 내가 만난 최고의 엄마.

 

몇 년 전 일이다. 케이티엑스(KTX)를 탔는데 통로를 사이에 두고 젊은 엄마와 어린 아들 둘이 앉아 있었다. 엄마도 책을 읽고 네다섯 살쯤 된 아이들도 책을 읽는 중이었다. 그림책을 금방 다 읽은 아이들은 몸을 비틀었다. 나는 그 순간 ‘아, 조용히 여행하기는 틀렸구나.’ 하고 조마조마했다. 큰아이가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다. 엄마는 다녀오라고 했다. 큰아이가 가자 작은아이도 따라갔다. 이쯤에서 나는 그 엄마를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다른 엄마들 같으면 큰아이부터 화장실에 데리고 왔다 갔다 했을 텐데 그녀는 무심히 책만 읽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두 아이는 몸을 더욱 비틀었다. 큰아이가 또다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엄마가 책에서 눈을 떼더니 엄하게 말했다.

“방금 다녀왔잖아.”

“오줌 마렵단 말이에요.”

작은아이도 덩달아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탁자에 신문지를 펼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너희 운동화 잠깐 벗어 봐.”

“…….”

아이들은 운동화를 벗어 신문지에 올려놓았다. 끈이 달린 운동화였다. 엄마가 운동화 두 켤레의 끈을 모조리 풀었다.

“자, 아까처럼 운동화 끈을 한번 꿰어 볼까?”

 

나는 하마터면 박수를 칠 뻔했다. 두 아이는 열심히 운동화 끈을 꿰기 시작했고 엄마는 다시 책을 읽었다. 아이들 운동화는 작아서 아무래도 끈을 꿰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두 아이는 집중해서 끈을 꿰고 잘못 꿰면 다시 풀어 나갔다. 그 모습이 퍽 즐거워 보였다. 내가 만난 가장 지혜로운 엄마였다.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 준 것만도 훌륭한 교육이다. 기차 안에서 조용하도록 기지를 발휘한 건 또 어떤가.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놀이를 만들어 심심할 틈 없게 해 주었다. 운동화 끈을 꿰면서 아이들의 소근육도 자극되니 그처럼 좋은 일이 없다.

 

내릴 무렵 엄마는 신문지를 치우고 탁자를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때 본 엄마의 지혜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 가슴속에 감동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 오천만 명의 인구 중에서 지혜로운 엄마가 어디 그녀뿐이겠는가?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곳곳에 그녀 같은 엄마가 많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소중애 님 | 동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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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hazel
2018.02.09
정말 지혜로운 엄마네요. 자녀에게 쩔쩔매며 사는 엄마들이 대다수인 요즘 세상에 귀감이 되는 엄마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장혜민
2018.02.25
삭제
현재 엄마들에게 귀감이 되는 내용이네요. 전파가 되서 엄마들이 지혜롭게 변화되었으면 합니다. 좋은내용 공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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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햇살마루] 각자의 산사, 하나의 연등
2018.08.08   조회수 : 927    댓글 : 1개
혼자 통영에 간 적이 있다.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엔 언제나 그랬듯 무작정 걸었다. 나는 심각하게 방향 감각이 부족해 모르는 길에선 모든 걸 운에 맡기는 편이다. 그 길이 나를 데려가는 곳의 유의미함 정도는 그저 내 운의 능력이거나 한계인 셈이다. 걷다 보니 산이 나왔고 등산로가 시작됐다. 등산로는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주사위를 던지는 마음으로 나는 오른쪽을 택했다. 삼십 분 정도 산길을오르니 아주 작은 산사가 나타났다. 약수라도 마실 겸 절 안으로 들어가자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색색의 연등이 보였다. 늦봄의 초파일 무렵 내걸린 뒤 미처 수거되지 않은 연등들이었을 것이다. 연등에는 가족 건강이나 시험 합격, 사랑과 결혼의 결실 같은 누군가의 염원이 연의 꼬리 같은 종이에 적혀 매달려 있었다. 나는 바람의 방향대로 하늑거리는 그 염원들을 올려다보는 게 좋았다.대웅전으로 옮겨 가자 중년 여성 두 명이 목탁 소리에 맞춰 절하는 모습이 보였다.대웅전 바깥에 서서 나는, 절대자 앞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절하는사람들의 염원에 대해 생각했다. 아마도 다른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배어 있을 염원…….절을 나와 다시 걸었다. 산길을 내려오면서 불현듯 가슴 한쪽이 아파 왔다. 내삶이란 게 고작 안온한 실내에서 건너다본 창밖의 풍경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설가로 살며 그 풍경을 최대한 섬세하게 그리고 예의를 갖춘문장으로 표현하려고 애써 왔지만 어쩌면 그 문장은 본질적으로 표면만을 훑은가짜 심연인지도 몰랐다. 나의 염원은 연등이 된 적 없었고, 내가 다른 한 사람을위해 기도한 기억은 너무도 먼 과거에 멈춰있었다. 나는 다치고 싶지 않았고, 다치지 않기 위해 세상과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낯선 도시의작은 산사에서 나는 녹슬었으나 거짓은 없는 거울을 들여다본 셈이다.K(케이)시에 다녀오고 두 계절이 지난 뒤H(에이치)를 알게 됐다.H는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잠들기 전에 내게 안부 메시지를 보내왔다. 무엇을 먹는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는지 알려 주고내 끼니를 묻기도 했다. 나는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했고 하루에 한 번 이상은큰 소리로 웃었다.H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그 바람이너무 간절해서 소설을 위한 문장은 도무지떠올릴 수 없을 정도였다.이제는 오롯이 H의 것이 된, H만을 위해쓴 문장은 삭제한 그 편지를 H의 허락을 받아 이 지면에 남긴다.어느 해 가을엔가가 본 적 없는 산길을 혼자 걸었습니다.걷다 보니 작은 산사가 나왔죠.그토록 작은 산사에도물빛 허공엔 연등이 내걸려 있었습니다.누군가,너무도 구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사람들의 염원이 담긴해지고 때 탄 연등들수없이 물려주고 물려받은아기의 배내옷처럼생명의 빛내 몫의 지구가 회전을 하여하늘과 땅의 위치가 뒤바뀐다면연등은 물 위를 떠다니는꽃잎처럼 보일까요.이 세계의 유일한 실재내 염원은 한 번도연등이 되어 보지 못했습니다.세상의 표면만을 앓은 대가인 듯행복인지 불행인지왜 웃고 우는지그런 것을 곰곰이 헤아리지 않고도내 몫의 지구는 무탈하게 생활했고나는 그 안에서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물이 되는 하늘에 발을 담그곤 했습니다.희생을 각오하는 절박한 염원이란 늘 이기적이었고아침과 밤마다 인사를 해 주고늘 끼니를 묻는친구의 현현,자주 위아래 구분 없이 굴러다니는 내 방 앞에도달한 선물늘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 비록가장 아프게 무너지는 순간이길 위에 있더라도언젠가는 도달할각자의 산사하나의 연등다가올 모든 순간에 대해낮은 자세로나는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조해진 님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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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9   조회수 : 1,760    댓글 :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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