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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오늘의 생각> 뒷모습

작성일2026년 11월 04일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의를 할 때였다. 수강생들에게 아이의 앞뒤 모습 밑그림을 주고 색칠하게 했다. 수강생들은 ‘애들도 아니고 무슨 이런 그림을 색칠하래?’ 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나름대로 예쁘게 칠했다.

색칠이 끝난 후 어떤 마음으로 했느냐고 물었다. 수강생들은 약속이나 한듯 앞모습부터 색칠했노라 답했다. 어떤 색을 칠해야 좋을까 고민하고, 완성한 모습을 상상하며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했다. 그런데 뒷모습을 색칠하려니 막막해지더란다. 아무 무늬도 없어 더 수월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는 것. 어쩐지 낯설고, 앞모습을 칠할 적보다 시간도 더 걸렸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눈 다음 ‘뒷모습’을 주제로 글을 써 오라는 숙제를 냈다.

“만약 자신의 뒷모습을 본다면 낯설겠죠? 뒷모습을 색칠하면서 느낀 것처럼 말이에요.”

다음 주, 각자 쓴 글을 발표했다. 한 수강생은 동생의 뒷모습을 주제로 글을 썼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동생에게 엄마 노릇을 한 사연이었다. 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날 교문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때 운동장을 걸어가던 동생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수강생은 자신이 속한 모임 이야기를 썼다. 판지로 강아지를 만드는 과제를 받고 열심히 했다. 한데 그럴듯한 앞모습과 달리 뒷면은 엉성하고 이음새가 지저분했다. 공들여 뒷면도 앞면처럼 예쁘게 만들었더니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단다. 다음 날 모임에서도 뒷모습 덕에 칭찬받았다고 했다.

나도 내 뒷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앞모습은 표정과 말로 꾸밀 수 있지만 뒷모습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의 본질은 뒷모습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글 _ 이성재 님ㅣ경기도 김포시

사진 출처ㅣ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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