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오늘의 만남> 내장의 맛
작성일2026년 04월 03일

고기 먹기 어려운 시절, 어머니의 선택은 종종 내장이나 부산물이었다. 지금 같으면 동네 정육점에서는 사기도 힘든 부위를 어디선가 조달했다. 빨간 고춧가루를 술술 뿌린 ‘군용 수건’ 국의 맛이 지금도 생생하다.
군용 수건은 회색빛 소 위를 일컫는 말이다. 굵은 소금을 뿌려 박박 문질러 씻은 후 무를 넣어 끓인다. 나는 입때껏 어머니 것보다 맛있게 끓인 소 내장탕을 먹어 본 적이 없다.
고기 급에도 못 끼는 돼지 껍데기도 자주 상에 올랐다. 한 번 삶은 돼지 껍데기에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고추장에 들들 볶는다. 식으면 더 별미다. 젤라틴이 많아서 식으면 서로 달라붙는데, 젓가락으로 하나씩 떼어 씹으면 깊고 깊은 맛이 났다. 부잣집 아이들이 도시락 반찬으로 소고기 장조림, 소시지구이를 싸 올 때 내 반찬은 돼지 껍데기 볶음이었다.
그뿐 아니었다. 돼지 허파도 대파, 고춧가루와 볶으면 훌륭한 저녁 반찬이 됐다. 염통(심장)도, 선짓국도, 곱창도 먹었다. 오소리감투라고 부르는 돼지 위도 초등학생 때부터 먹었다. 값비싼 살코기를 먹긴 힘든 형편이지만 기름기 안떨구려던 어머니의 배려와 고심이 있었을 게다. 그 덕분인지 나는 가축 내장을 아주 좋아했고, 요리사가 되어서도 즐겨 요리했다.
이탈리아에서도 가축 내장은 가난한 이의 몫이다. ‘유럽의 빈민’이었던 유대인들이 먹은 내장 요리 조리법이 유럽에 퍼지기도 했다. 내가 ‘고급스럽다’는 인식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내장 요리를 팔기 시작하자 많은 이가 웃었다.
“소고기 스테이크도 아니고, 내장이 팔리겠어?”
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리는 독특하고 진한 맛의 내장을 좋아하는 민족이 아닌가.
두어 달 전, 어머니에게 잡숫고 싶은 걸 묻자 “소 곱창 같은 걸 구워 먹고 싶다.” 했다. 아아, 그랬다. 언젠가 어머니가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사 온 소 곱창! 온 식구가 마루에 모여 당시 유행한 ‘파티 쿠커’에다가 곱창을 구워 먹은 어느날의 저녁이 떠올랐다.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 마루의 광경도 생각났다. 아마도 그 시절을 떠올리는 내 눈시울까지 자욱해졌으리라.
글 _ 박찬일 님 | 셰프
사진 _ 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