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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오늘의 만남> 팬은 펜

작성일2026년 01월 28일

 

작년 10월, 홍대의 한 공연장에서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를 가졌다. 개인적으로 무척 영광스럽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1부는 스탠딩 콘서트(관객이 서서 관람하는 공연), 2부는 퀴즈와 게임 등 대화를 나눴다. 그때 한 팬이 이런 질문을 했다. “나에게 팬이란?”

그 순간 팬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았다. 기대에 찬 눈으로 ‘어디 뭐라고 대답하나 보자.’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자리에 꼭 등장하는 질문이지만 그렇다고 답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다른 가수나 배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 팬은 펜입니다.”

그러자 “에이.” 하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답이 시원찮다는 것인데, “팬은 팬입니다.”라는,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장난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팬’이 아니라 ‘펜’이라고 정정해 주었다.

“여러분은 저의 펜입니다. 제가 꿈꾸고 상상한 것들을 현실에서 써 내려갈 수 있게 해 주니까요.”

이번에는 일제히 “오~.” 하고 소리를 냈다. ‘둘러댄 것치고는 그럴듯한데?’ 뭐 그런 반응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한바탕 웃었다.

무심결에 떠오른 대답. 하지만 그건 그 순간에 내가 꼭 했어야 하는, 고마움의 표시로 언젠가 전하고 싶던 말이었다. 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당신들 덕분에 내가 있는 거라고.

그런데 나는 그들에게 무엇일까? 그들이 나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울 때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팬이 나의 펜이라면, 나는 그들이 읽을 하나의 이야기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재미있고 짜릿하도록, 행복한 결말이 될 수 있게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로구나.

비단 가수와 팬 사이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펜이 있다.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 응원하고 돕는 친구들. 당신은 그들이 읽을 소중한 이야기다. 한 해 소원을 빌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내가 써 온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는지, 나는 주위의 사랑과 응원에 걸맞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 소중한 펜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저자 | 김현성님 / 가수

사진제공 ㅣ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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