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오늘의 만남> 수다는 힘이 '쎄다'
작성일2026년 01월 05일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연구하는 학자 중에 수다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 흔히들 수다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시간 낭비’라고 여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수다를 떨 때 인간의 표정이 밝고 환해진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궁금했다. 인간은 왜 수다, 즉 쓸데없는 행동을 하면서 행복해할까?
몇 년 전 미국의 한 대학에서 수다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수다를, 다른 쪽에는 경쟁적인 논쟁을 시켰다. 그리고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다. 수다 그룹 학생들의 전전두엽, 즉 고차원적 지능 영역이 활성화된 것이다. 하지만 경쟁적인 논쟁 그룹 학생들의 전전두엽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 연구 결
과는 대중 잡지에도 소개됐는데, 제목이 ‘친구는 머리에 좋다’였다. 친구들과 기쁘고 즐겁고 신나게 수다 떨고 놀았더니 고차원적인 지능이 활성화되더라는 내용이다.
수다가 고차원적 지능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 뇌는 왜 이런 이상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까? 그건 우리 인간이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마음을 갈망’하는 존재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우리는 마음을 열지 않은 상대와는 수다를 떨지 않는다. 정보성 대화를 주고받을 뿐이다. 떨떠름한 상대와 뻔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헛웃음을 날리는 경우를 떠올려 보면 된다. 인간은 수백만 년 진화의 과정에서 언어를 발명했고 더 많은 정보를 주고받은 결과, 복잡하고 똑똑한 뇌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뇌의 진화는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정보보다 더 좋아하는 게 생겼다. 바로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마음’이다. 수다는 말로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많은 비언어적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눈빛을 주고받는다. 다정한 연인, 가족들과는 스킨십을 나누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정보 뒤에 담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비로소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 하루를 살아 낼 힘과 희망도 싹튼다. 수다를 주고받을 때, 나 아닌 다른 존재와 마음을 주고받을 때 우리 뇌는 비로소 인간다운 뇌로 돌아온다.
글 _ 신성욱 님 | 과학 저널리스트
사진 _ 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