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MAGAZINE] <오늘의 생각> 호떡은, 사랑

작성일2025년 12월 24일

 

찬바람이 불면 붕어빵이나 호떡 등 길거리 음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릴 적 유난히 군것질을 좋아했던 나는 중년이 된 지금도 즐겨 먹는다. 특히 설탕이 줄줄 흐르는 뜨거운 호떡을 먹을 때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세끼 밥을 남기지 말고 먹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군것질은 절대 못하게 했다. 나는 군것질하느라 밥을 잘 먹지 않아 자주 혼났다. 

그랬던 아버지가 간염 진단을 받고 한두 잔씩 하던 막걸리를 마실 수 없자 군것질을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리 과자를 몰래 먹더니 언제부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같이 먹자고 다가왔다. 밥이 제일이라며 혼내던 무서운 아버지가 군것질에 빠져든 모습이 낯설면서도 재미있었다.

고 3 쉬는 시간, 호떡 가게에 들렀다가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세상을 다가진 얼굴로 호떡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들킨 아버지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날 이후 나는 아버지를 위해 호떡을 사 가곤 했다. 아버지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호떡을 사 오는 둘째 딸이 효녀다.”라며 맛있게 먹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읜 아버지는 따뜻한 밥 한 끼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이었단다. 배고픔이 한으로 남아 가족들만큼은 제대로 먹이려 열심히 일했다. 세상을 떠나는 날, 육 남매에게 “사랑한다. 아주 행복했다.”라고 말했던 아버지. 조만간 달콤한 호떡을 들고 뵈러 가야겠다.

 

저자 김광희님 / 전남 순천시

사진제공 ㅣ gettyimage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