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요즈음 부쩍 ‘인생에서 성공이 무엇일까?’를 생각할 때가 많아졌다. 같이 나이 들어 가는 친구들을 유심히 살피고, 노년으로 접어든 선배들의 행동거지를 주의 깊게 보게 된다. 사회적, 경제적인 성공은 쉽게 드러나지만, 인생의 성공은 알기 어렵다. 나는 인생의 성공을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가 의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자신이 큰 잘못을 하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속사정을 털어놓고 의논할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진정으로 믿을 수 있고, 지혜로운 사람만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오래전 아주 힘든 일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한 친구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는 자기 스케줄을 조정해 가면서 여러 차례 시간을 내었고, 나의 말을 경청하며, 조심스레 조언해 주었다. 그는 원래 나와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조용한 태도에 평범해 보이는 편이었는데 일이 생기자 뜻밖에도 그가 먼저 떠올랐다. 아마도 그에게서 깊은 무엇을 느껴서 그랬을 것이다. 그 후 그가 20대 시절에 공황 장애를 앓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싸움을 평생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외적으로는 크게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주변 사람들이 조용히 그의 곁에 모이는 모습을 보면 진짜로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품격》을 쓴 데이비드 브룩스는 성숙한 사람을 이렇게 묘사한다.

“자신의 결함에 맞서 투쟁을 벌인 사람은 어떤 경우에든 성숙해진다. 성숙함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아서 얻는 게 아니라, 이전의 자신보다 더 나아짐으로써 얻는 것이다. 성숙함은 빛나지 않는다. 성숙한 사람은 안정되고 통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성숙한 사람은 내면이 조각난 상태에서 중심이 잡힌 상태로 변화한 사람이고, 마음의 불안과 동요에서 벗어난 사람이며, 삶의 의미와 목적에 관한 혼돈이 가라앉은 사람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중요한 긍정을 위해 수많은 부정을 해 온 사람이다.”

종교와 심리학은 공통적으로 사람에게 두 가지 자아가 있다고 말한다. 외적인 것을 추구하는 자아는 자신의 커리어와 명예에 관심을 집중하며 성공을 목표로 한다. 내적인 것을 중심으로 삼는 다른 자아는 내적인 변화와 존재의 근원에 관하여 관심을 갖는다. 전자를 소아(小我), ‘겉 사람’, 후자를 대아(大我), 진아(眞我), ‘속사람’이라고도 부른다. 살아가면서 두 자아의 갈등 사이에서 지내는 게 우리 모습이다. 성장은 두 자아의 통합이 이루어지면 내면에 중심이 서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렇게 내적인 성장을 이룬 사람은 만나기가 쉽지 않고, 요즈음은 내적인 성장엔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듯하다. 경제력과 명예 등 외적 성공은 중요한 것이고 이를 얻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성공만이 중요하다 믿고 다른 것들을 무시할 때 문제가 생긴다. 왜 그런가? 성공은 본질적인 가치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하기 위하여 우리는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나와 비교하며 의식하게 된다. 늘 결과에 마음 졸이고 쫓겨서 삶에 단기적인 전망만 갖게 된다. 안락과 승리감 등 성공의 보상이 크지만, 동시에 불안과 두려움, 거짓된 느낌이 동반할 수밖에 없다. 외적 성공은 삶의 최고 목표가 될 수 없는 불안정한 것이다.

반면에 성장은 본질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가 없고, 나 자신과만 비교한다. 삶이 연속되며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성장은 성공만이 아니라 실패, 고통 등 여러 경험을 기꺼이 받아들이므로 안정감, 든든함을 가질 수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받아들이며 성찰하고 다시 결심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차츰 용기 있고 정직한 사람으로 변한다. 이렇듯 성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성공 대신에 성장하기로 결심해야 자신의 삶을 길게 올바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데이비드 브룩스의 말처럼 “인생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의 드라마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투쟁.”이다. 성장은 내가 보다 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