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좋은생각 9월호 맛보기> 만 보 걷기 이벤트
작성일2024년 09월 13일
<만 보 걷기 이벤트 >
엄마는 아빠가 암 수술을 받고 퇴원한 뒤 계속 죽만 먹는다고 걱정했다. 내년이면 팔순인 아빠는 일을 쉬면서 급격히 약해졌다.
살살 걷기라도 하면 입맛이 돌아 뭐라도 먹을 텐데. 멀리 사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포스터를 만들어 보냈다.
‘75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하루 만 보 걷기 이벤트에 참여하세요! 매일 과제를 달성하는 선착순 100명에게 만 원을 지급합니다. 한국아름다운길걷기연합.’
이미 신청까지 끝냈다는 내 말에 부모님은 매일 만 보 걷기에 도전했다. 엄마가 인증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나는 아빠 계좌로 축하금을 보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집을 나서던 아빠가 시간이 지나자 여름엔 새벽 5시 30분, 겨울엔 해 나는 시간, 비 소식이 있을 땐 “비 오기 전에 일찍 걷고 와야겠네.” 하고 나갔다.
“우리 딸이 최고 효녀!” 엄마는 아빠가 밥도 잘 먹고 건강도 많이 되찾았다며 좋아했다.
아빠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활기찬 ‘어른이’가 됐다. 항암 치료도 중단했는데 오히려 건강이 좋아졌다.
아빠는 “무슨 그런 좋은 일을 하는 단체가 다 있냐?”라며 있지도 않은 유령 단체에 고마움을 표했다.
10일간의 이벤트는 100일을 지나 300일, 1000일… 계속 연장됐다.
신기한 사실은 만 보 축하금을 보내기 시작한 뒤로 우리 부부 통장이 마이너스가 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부모님을 위해 떠올린 좋은 생각으로 모두가 행복해졌다. 아빠가 건강하게 걸을 수만 있다면 만 보 걷기 이벤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김수정 님 | 경기도 여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