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오늘의 생각> 경쾌한 소음
작성일2026년 10월 01일

주말 아침, 윗집에 놀러 온 손주들이 뛰노는 소리에 잠이 깼다. 번번이 단잠을 방해하건만 오히려 경쾌하게 들린다. 온전히 그분들 덕이다.
큰아이가 세 살, 둘째가 갓 백일 지났을 무렵 새 집으로 이사 갔다. 아래층엔 육십 대 부부가 살았다. 아이들 발소리가 걱정돼 복숭아 한 봉지를 사 들고 가 인사했다. 어르신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뛰어야 아이들이지요. 우리 신경 쓰지 말고 지내요.”
얼마나 고맙던지. 그곳에서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둘째가 초등학교 6학년될 때까지 살았다. 마주칠 적마다 죄송한 마음에 고개 숙였고, 그때마다 어르신은 괜찮다고만 했다. 이따금 과일을 사 가면 오히려 된장이며 밑반찬을 더 챙겨 주었다. 결혼 후 일찍이 양쪽 어머니를 여읜 나는 집 된장과 간장에서 엄마의 정을 느꼈다. 어르신은 장 담그는 법까지 전수해 주었다.
그 집을 떠나기 전날, 남편과 아래층에 인사하러 갔다. 마침 아들딸 내외가 와서 식사 중이었다. 남편은 고마운 마음에 큰절했다.
“그동안 맘 편히 잘 살았습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언젠가 시험을 앞둔 큰아이가 투덜댔다.
“윗집 애들이 너무 뛰어서 짜증 나요.”
“너희 발소리는 훨씬 컸어. 아이들이 건강해서 나는 소리라고 여기렴.”
그날 이후 아이들도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 비록 윗집에선 이런 사정을 모르더라도 괜찮다. 그분들에게 받은 사랑을 갚으려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글 _ 전영란 님ㅣ대구시 수성구
사진 출처ㅣ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