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오늘의 만남> 고기를 끊은 뒤
작성일2026년 07월 01일

“진짜로 안 먹을 거야? 한 점 먹는다고 뭐 달라지겠어?” 한 시간째 파무침으로 배를 채우는 내 모습이 불편했는지 맞은편 동기 녀석이 한마디 했다. ‘나라고 좋아서 이러겠니.’ 원망 어린 눈빛을 쏘았다. 삼겹살은 지글지글 잘 익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대리석 무늬의 지방에선 기름이 배어 나오고, 투명해진 껍질은 쫀득해 보였다.
하지만 끝내 먹지 않았다. 아니 먹을 수 없었다. 6주 동안 육식을 끊고 장내 세균을 바꾸는 기획 기사를 진행 중이었다. 누구나 몸속에 장내 세균을 약 40조 마리씩 키운다. 장내 세균은 건강뿐 아니라 비만 체질까지 좌우한다. 이를 바꾸면 비만 체질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
“여기…… 가져왔는데요.”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의사에게 갓 채취한 대변 시료를 건넸다. (의사도 참 극한 직업이다.) 육식을 끊기 전 상태를 보는 대조군이었다. 성형 수술을 앞두고 찍는 일종의 ‘비포(before, 이전)’ 사진이랄까. 의사는 변화를 확실하게 보려면 최소 6주 동안 육류를 일절 먹지 않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싶었다.
다음 날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평양냉면이었다. 슴슴하고 깊은 맛을 내는 소고기 육수에서 메밀 면만 건져 먹으려니 짜증이 치밀었다. 회식 날도 고역이었다. 고깃집에 갔다가 2차로 소시지 안주에 맥주를 마시고 선지 해장국집에서 속을 달래는 환상의 코스에서 손가락만 빨았다. 그렇게 6주를 버텼다.
“변화가 극적이네요.” 의사는 육류 섭취를 중단하자 장내 세균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전에는 에너지를 과잉으로 저장해 비만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세균이 전체의 75.7퍼센트를 차지했다. 끊은 뒤에는 47.3퍼센트로 줄었다. 체중도 3킬로가량 감소했다!
독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기사가 나간 뒤 ‘고기를 끊으면 정말 살이 빠지느냐’는 문의 메일이 하루에 수십 통씩 쏟아졌다. 그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원하는 답을 주고 싶었지만 양심상 그럴 수 없었다. 평소 식습관에 따라 다르기 때문. 확실한 건, 장내 세균은 절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고기를 끊더라도 다시 먹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3킬로가 회복되는 데는 삼 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글 | 이영혜 님 《과학동아》 기자
사진 | 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