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옛사랑> 사랑에 대한 예의
작성일2026년 04월 29일

부드러운 이별은 있겠지만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는 듯하다. 모든 이별이 아프지만 특히 그 사람과는 지독하게 상처 주며 헤어졌다. 나중에야 알았다. 우리가 서로를 깊게 찌른 이유.
사랑의 시작에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했더니 ‘거기 있어 주면 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우리 사이에 예전 같지 않은 불안정 기류가 흐르는 걸 느꼈지만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므로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사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여기 있는 게 아니라 같이 있는 것임을. 그가 한 발 멀어지면 내가 한 발 다가가야 하는 줄 모르고 나는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가 있어 달라고 말한 ‘거기’는 내가 있던 자리가 아니라 그의 옆자리였음을 너무 늦게 알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나를 두고 사랑이 부족하다 느꼈고 나는 멀어지는 그를 보며 사랑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진짜 사랑은 아니라고 느꼈다.
이별 과정에서 그는 굳이 내게 상처 주었고 나는 피 흘리는 마음을 들고 쩔쩔매느라 그가 나를 부러 아프게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바라는 만큼 사랑해 달라는 투정이고 불만이고 갈증이었다. 미련이 남은 자가 찌른다. 붙잡고 더 잘해 줘야 하는 것을 모르고, 늘 그랬듯 그가 원하는 것을 나는 들어주었다. 우리는 헤어졌다. 이별의 과정은 참혹했다.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겼고 그가 던진 날카로운 말들에 내 안의 사랑도 산산조각 났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동해로 떠난 여행에서 알았다. 한구석에 사랑의 조각이 남아 있었다. 화진포에 갈 수 없었다. 힘든 날 혼자 화진포에 다녀온 나에게 그는 ‘다음에는 꼭 같이 가자.’ 했다. 약속했으니 사랑이 끝나도 혼자 갈 수 없었다. 그제야 그 이별이 유난히 아픈 이유를 이해했다. 그가 나를 찔러서이기도 했지만 사랑하면서도 그를 붙잡을 방법을 몰라서 더 아팠다. 잔혹한 말에 숨은 그의 미련을 동쪽 바다 근처에서 이해했다.
나는 이제 그를 아픔으로 떠올리지 않는다. 고맙고 좋은 사람을 웃으며 기억하는 것이 사랑에 대한 예의임을 알았다. 이제야 옛사랑에 예의를 갖춰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리운 화진포에 가지 못한다. 지키지 못한 약속은 아픔이 된다는 것까지도 옛사랑은 내게 알려 주었다.
저자 | 정현주님 / 서점 리스본 대표
사진제공 ㅣ gettyim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