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오늘의 만남> 까순이
작성일2025년 10월 28일

나에게 개와 고양이는 마당에 사는 동물이었다. 대문을 드나들며 잠깐씩 반기는 귀엽고 새침한 존재들. 예전에는 이런 광경이 흔했지만 거주지가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서 반려동물과 한 공간에 사는 형태가 되었다.
마당이 있을 때는 개와 고양이도 있고 닭과 토끼도 키웠지만, 마당 없는 집에 살면서부터는 어떠한 동물도 기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영역의 문제니까. 함께 공간을 누리면서 생활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 내 삶에 ‘까순이’가 나타났다. 까순이는 길가에 버려진 검은 고양이다. 집으로 데려가기는 망설여졌지만 일하는 책방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까순이와 함께 살면서 고양의 습성과 특징을 조금씩 이해했다. 까순이를 통해 다른 고양이를 알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도 어울렸다.
이상하고 귀여운 세계에 빠져든 기분이었다. 고양이에게 깍듯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 보는데도 고양이 간식을 선물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아주머니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걸 도와주어 고맙다며 떡을 돌리기도 했다. 웃음도 나고 선뜻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그냥 고양이일 뿐인데.
까순이가 다른 고양이와 다른 것도 깨달았다. 그러니까 모든 고양이는 서로 달랐다. 함께 생활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까순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눈가가 촉촉해지고, 산책한 뒤 스스로 집에 돌아온다. 여름에는 살아 있는 매미를 내게 선물한 적도 있다. 부르면 대답하고, 내가 화를 내면 숨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 가끔 고양이를 본다. 사람을 보고 황급히 도망가는 녀석도 있지만 손길을 잊지 않고 다가오는 친구도 있다. 털이 듬성듬성 빠진 채 먹이를 찾아다니는 고양이, 눈을 다치거나 뭉툭한 꼬리를 들고 밤길을 서성이는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쓰여 간식이나 음식을 놓아둔다. 거리의 생활은 고양이만 하는 것이 아닐 터다.
내가 고양이를 몰랐다면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을까? 까순이가 나에게 주는 기쁨과 애정을 생각하면 거리의 고양이를 그저 귀엽게만 볼 수는 없다.
저자 | 박성민님 / 프루스트의 서재 대표
사진제공 ㅣ gettyim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