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MAGAZINE] <오늘의 만남> 정

작성일2025년 07월 31일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는 오래전 한국으로 이사 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어쩌다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묻곤한다. 그때마다 한국의 ‘정’을 떠올린다.

아내와 딸과 함께 동네를 걷고 있었다. 한 어르신이 말을 걸었다. “이리 와, 줄 게 있어.”

다가가니 아침에 들판에서 캔 나물을 건넸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나는 북유럽식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어르신에게 물었다. “저는 뭘 드려야 하죠?”

어르신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됐어요.”

사실 나는 이런 호의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설명하진 못해도 마음으로는 충분히 느껴진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또 다른 동네 주민을 만난다. 한 어르신이 내 딸을 보고 “아이고 아가, 너 너무 귀엽다.”라고 말을 걸어온다. 함께 있던 다른 주민도 ”잘 지내죠?” 하고 안부를 묻는다. 그러면서 밥은 먹었는지, 한국에서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궁금해한다.

이와 같은 일상의 소소한 사건을 통해 사람들이 종종 오해하는 한 가지를 알았다. 나의 고국인 덴마크를 완벽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 완벽한 나라는 없다.

삶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나 역시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해 한국에 살지만 암 투병과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도 겪었다. 어느 나라에서든 행복은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한다.

점점 더 ‘나’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타인의 안녕을 묻고, 밥은 먹었는지 챙겨 주는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신선하고 달콤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정에는 삶의 힘든 시기를 이겨 내게 하는 힘이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에서는 잘 느끼지 못한 따스함이다.

우리 가족이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마다 정을 생각한다. 내가 한국의 정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닫고,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을 확인한다. 날마다 겪는 작은 일이 한국을 더 사랑하게 한다.



 

저자 | 에밀 라우센 / 작가, 번역가

사진제공 ㅣ gettyimage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