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MAGAZINE] <과학의 눈> 지구와 대화하는 방법

작성일2025년 07월 23일

 


 


믿기지 않겠지만 지구도 말을 한다. 지구는 태어난 이후 죽 자신의 겉모습과 속 모습에 대해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해 왔다. 인간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지구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하나를 설명해 볼까 한다.

깊은 곳에 있는 지층이 무너져 내리거나

끊어질 때 땅덩어리는 요동친다. 인간은 이런 현상을 지진이라 부른다. 지진이 일어나는 원인이 생긴 곳을 진원, 진원에서 수직으로 올라와 지표면과 만나는 지점을 진앙이라고 한다. 간혹 지진을 일으키는 원인이 지표에서 생길 수도 있는데, 이때는 진원과 진앙이 같다. 지진이 일어날 때 생긴 충격은 진원에서 구 모양으로 퍼져 나간다. 이를 지진파라고 한다.

지구는 지진파로 말을 건다. 우리가 말을 하면 성대와 입을 통해 나온 음파가 공기중에 있는 분자들을 진동시켜 상대방의 귀에 있는 고막을 때린다. 듣는 이의 고막에 전달된 진동은 뇌로 전해져 지금 떠들고 있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분석해 낸다. 지구의 말을 이해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진원지에서 가장 먼저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지진파는 P(피)파다. P는 ‘Primary(최초)’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이 성미 급한 지진파는 땅을 앞뒤로 흔들며 전진한다. 성격은 급해도 붙임성은 좋은 편이라 앞에 무엇이 있든 피하거나 멈추지 않고 힘이 빠질 때까지 전진한다. 암석과 같은 고체, 맨틀이나 호수는 물론이고 땅속 빈 공간도 그곳에 공기만 있다면 너끈하게 통과한다. 하지만 의외로 파괴력은 별로라 그다지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조금이라도 놀 일이 있으면 튀어 나가는 어린아이와 같은 P파는 어디든 가장 먼저 달려가 이렇게 속삭인다. “지진이 났어요.” 곧 따라올 S(에스)파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조심하세요!”

두 번째로 오는 지진파라 하여 ‘Secondary(이차적인)’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 붙은 S파는 집요하고 악착같고 무섭다. 이 지진파는 땅을 위아래로 크게 흔들면서 전진하기에 속도는 느려도 주변에 있는 땅을 확실하게 흔들어 놓는다. 지진이 일어난 곳에서 집이 부서지고 길이 뒤틀리고 땅이 뒤집어지는 일은 바로 이 S파 때문에 벌어진다.

파괴의 대명사인 이 지진파는 아무도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녔지만 은근히 취약한 구석이 있다. 암석 같은 고체는 위아래로 흔들며 통과할 수 있지만 액체를 만나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것. 그래서 S파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땅속을 전진하다 액체를 만나면 방향을 틀거나 액체와 고체 사이의 경계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전진한다. 갈 곳이 없으면 지표면에 도달하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성질이 다른 두 지진파는 지구의 속 모습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두 지진파가 도달하는 시간 차에 따라 지구 속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 추측할 수 있다. 만약 지진파가 한 종류뿐이었다면 우리는 지구의 속사정을 전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구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지진이 일어나고 세계 곳곳에는 엄청나게 많은 지진계가 있다. 그러므로 지구가 지진파라는 언어로 하는 이야기를 잘 받아적으면 지구의 속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그것이 설령 인간에게 큰 피해를 준다 할지라도, 색다른 대화법이라는 것을 알아 두자. 먹고살기도 바쁜데 지구가 하는 말까지 알아들으라니, 너무한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런 일은 과학자들이 하니 말이다.

우리 인간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까? 서로 다른 주장을 얼마나 수용할까? 어쩌면 지구를 이해하기에 인간이 가진 그릇은 너무 작은지도 모르겠다.



 

저자 | 이지유 님 / 작가

사진제공 ㅣ gettyimage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