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오늘의 만남>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작성일2025년 03월 21일

“나에게 치료받은 내담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심리 치료사 로버트 아케렛은 늘 궁금했다. 내담자들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하며 찾아왔다. 상담을 통해 내담자 스스로 새로운 삶을 헤쳐 갈 준비가 되면 치료는 끝난다. ‘내가 그들 인생에 도움이 되었을까?’ 궁금증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그의 나이 예순다섯, 그는 내담자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나오미 골드버그’였다. “내 인생이 마음에 안 들어요.” 로버트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어 주었다. 이야기는 이랬다. 그녀의 부모님은 아들을 원했다. 그래서 나오미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외면당했다. 어린 시절 그녀는 활발한 성격으로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공놀이를 하거나 자전거를 탔다. 어머니는 조신하지 못하다며 그녀를 나무랐다. “넌 내 아이가 아니야.” 사춘기 무렵에는 아버지마저 그녀를 무시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낼수록 상처받았다. 마음의 상처는 곪기 시작해 정체성에 혼돈을 겪기에 이르렀다.
로버트는 그녀가 내면의 분노를 표현하도록 했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우울감에 빠져 있는 시간이 조금씩 줄었다. 하지만 그녀를 압박하는 가족들과 사회 분위기는 여전했다. 결국 그녀는 집을 떠나 스페인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
이후 그녀는 어떻게 살았을까?
쉰세 살의 그녀는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다. 스페인으로 간 그녀는 무용단에 들어가 12년간 자유롭게 플라멩코를 췄다. 그곳에서는 자신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아끼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이별도 겪었다. 은퇴 후에는 사업을 시작했다.
로버트는 그 뒤로 내담자 네 명을 더 만났다. 다섯 명 중 셋은 치료를 받은 후 삶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으며, 나머지 둘도 전보다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그는 결론지었다. “내담자들은 온갖 장애물에도 꿋꿋이 인생을 헤쳐 나갔다. 나는 인간의 생존 능력에 경외감을 느꼈다. 치료는 효과가 있든 없든 그 능력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우리는 결코 그 누구도 치료할 수 없다.
그들이 스스로 치유하는 동안 가만히 기다리며 응원할 뿐.”
저자 ㅣ 정정화 기자
사진제공 ㅣ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