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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재채기

“끙!” 아버지의 재채기가 방을 울린다. 

 

코를 꼭 쥐고 입을 다문채, 소리가 튀어나오기도 전에 목구멍에서 삼키는 소리다. 나는 아버지의 그런 재채기 소리가 특이한 습관인 줄 알았다. 한데 알고 보니 어린 나이에 가진 자식 때문이었다.

 

스물하나에 첫아기, 그러니까 우리 언니를 얻은 아버지는 그저 아기가 귀엽고 신기하기만 했다. 눈 뜨고 웃는 모습, 젖 먹는 모습, 우는 모습까지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던 아기가 곤히 잠든 어느 날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았단다. 어찌할 바 모르다 입과 코를 꼭 막고 소리를 삼키면서 한 재채기가 습관으로 굳었다고.

 

언니를 얻은 이후 연년생인 나와 그 아래 동생 셋까지 자식 다섯을 키워낸 아버지. 이제 젊었을 적 모습은 없지만 ‘내 아기가 깨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과 사랑이 담긴 재채기 소리는 여전하다.

 

아버지는 손자 앞에서도 똑같은 모습으로 재채기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몇 번 들은 적 없지만 나는 그 소리에서 사랑을 느낀다.

 

정유정 님 | 전남 영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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