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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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새벽 햇살]희망이라는 갑옷

어릴 적, 아버지와 어머니가 바빠 형과 둘만 남겨질 때가 많았다. 소외감을 느끼면서 부모님과의 사이가 차츰 멀어졌다.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해 실업자가 되고, 그 충격으로 술에 빠져 어머니와 매일 다퉜다. 결국 부모님은 이혼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아버지는 우리 형제를 보육원으로 보내려 했지만, 할머니의 설득으로 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때 나는 일곱 살, 형은 열 살이었다. 몹시 추운 겨울날 할머니 집으로 향하면서 서러움에 많이 울었다. 그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할머니 집에서의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삼촌은 수시로 형과 나를 때리고 구박했다. 

“밥 축내지 말고 너희 집으로 가라.” 

어느 누구도 우리를 감싸지 않았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삼촌의 심한 폭력을 감당해야 했다.

 

그때부터였다. 부모님은 물론 외가 식구들이 미워서 나는 조금씩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삼 학년 무렵 씨름 코치로부터 운동을 해 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씨름을 배우면서 대회에 나가 상을 탄 적도 있다. 최고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운동했다.

 

삼촌의 구타와 욕설은 내가 중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계속되었다. 나는 반항심에 삼촌과 말싸움을 하고 집을 나왔다. 형에게 “돈 많이 벌어 올 테니까 나중에 우리 같이 살자.”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서.

 

그렇게 거리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소위 말하는 비행 청소년이 되어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쁜 짓을 했다. 지나가는 또래에게 돈을 뺏고 싸움을 걸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잘못된 행동으로 표출했다.

 

내 삶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아니, 이미 어린 시절부터 내 인생은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밑바닥 인생을 살던 나도 한 여자를 만났다. ‘그녀와 행복하게 살아 보자.’ 다짐하고 작은 가게를 운영했다. 성실하게 일했다. 소중한 아들이 생긴 뒤로는 가족을 위해 더욱 정신을 차리고 일에 집중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인생의 전부라 생각한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난 사실을 알았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결국 나는 그토록 원망한 부모님처럼 이혼하고 말았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우연히 집에 들른 형 덕분에 겨우 살았다. 그럼에도 나의 방황은 되풀이됐다.

 

이곳에 와서야 깨달았다. 바보 같은 선택과 실수로 인생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며 살아왔다는 것을. 

사고만 치는 동생을 걱정하는 형, 목숨보다 귀한 아들……. 소중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면회를 온 형이 내 얼굴을 가만 쳐다보다가 말했다. 

“동생, 지금도 늦지 않았다. 네 의지 하나만 있으면 소중한 아들도, 너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지킬 수 있다. 약속할 수 있지?”

그 말이 내 마음을 바꾸어 놓았다. 못나게 산 나를 걱정하고 지지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희망이 움텄다.

 

나는 독학사를 준비하고 있다. 나를 믿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빛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디려 한다. 희망이라는 갑옷을 입고, 앞으로의 삶을 당당히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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