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편지를 건네는 손

연희동에 편지 가게 ‘글월’을 차리고 여러 사람을 만난 지 일 년이 가까워 간다. 문구나 종이,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연희동이 좋아서 찾은 사람. 그들의 관심사 가운데 있다는 것이 좋았다. 

 

글월은 삼십 년 전 지어진,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사 층에 자리 잡고 있다. 간판도 달지 않아 입구를 찾기 쉽지 않지만, 손님들은 을지로 어느 가게 같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내린다.

 

‘요즘 누가 편지를 쓴다고?’ 하던 사람도 글월을 방문하고 나서 마음이 달라졌으면 한다. ‘여기 오니 편지 한 통 쓰고 싶어지네.’라고. 하지만 사람 생각을 바꾸는 일이 어디 쉬운가? 활발하게 손 편지를 쓴 시절에도 우체국과 문구점이 있을 뿐 편지 가게는 없었다. 

 

참고할 만한 곳이 없으니 뭐든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지만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자신이 없어질 때마다 글월 앞으로 편지가 도착한다. 축 처져 있지 말라는 신호처럼.

 

“처음에는 ‘왜 예약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편지를 쓰고, 편지지를 고르고, 펜팔 서비스의 편지를 열어 보면서 학창 시절 라디오에 사연 보낸 제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곁에 있어 주세요.”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고, 발을 내디딜 때까지 글월에서 마주한 모든 장면과 글이 따뜻했어요. 내내 흥분해서 행복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 ‘뿜뿜’ 했던 날로 글월의 첫 방문을 기억해요. 위로가 필요할 때는 도피처로, 행복이 필요할 때는 충전소가 되는 공간으로 더 많이 마주하지 않을까 욕심내어 봅니다.”

 

일 년간 받은 편지가 열다섯 통쯤 된다. 편지를 읽으며 없던 책임감도 생기고, 더 나은 것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다짐도 한다. 어떤 편지가 나를 울렸는지 묻는다면 편지 내용에서는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편지를 건네는 손과 “그냥 한 통 써 드리고 싶어서요.”라는 한마디면 나는 이미 우는 표정을 하고 있다. 그저 누군가를 위해 편지를 썼다는 사실, 그것을 전했다는 일만으로 말도 안 되게 기뻐서 매번 운다.

 

문주희 님 | 글월 운영자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