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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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예대상

역대 심사위원 심사평

제18회 생활문예대상 심사평


김성중 님|소설가

 

수많은 응모작을 읽는 것은 큰 물고기를 머리부터 꼬리까지 천천히 살펴보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었습니다. 각각의 인생에서 특별한 순간이 짧은 글이라는 비늘이 되어 빛나고 있으니까요.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이 반짝이는 비늘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우선 전합니다. 

일상의 가장자리나 생의 변곡점에서, 뜻밖의 모퉁이에서 만나게 되는 ‘좋은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반짝임을 포착할 자기만의 렌즈가 우선이겠지요. 다음으로 그렇게 붙잡은 세계를 응시하여 진부하거나 상투적이지 않은 자기만의 목소리로 출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상으로 뽑은 <엄마들의 외계어>는 모두가 공감할 보편적인 소재를 솜씨 좋게 다룹니다. 인생에서 두 번의 ‘외계어’가 출몰하는 장면을 보여 준 다음에 자신도 그 자리에 서 있게 되는 거지요. 저는 이 글에 담겨 있는 유머와 따뜻한 해석이 참 좋았습니다. 금상인 <딸기 팔아요>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으로 달려가는 글이라 몰입력이 높습니다. 마지막에 어떤 말을 더하지 않고 오직 장면을 보여 줌으로써 끝부분이 더 강렬하고 벅찼던 것 같습니다. <나의 설거지 메이트>는 작은 세계에 말을 거는 마음이 전해지는, 섬세하고 정갈한 글입니다. 지면 관계상 다 쓰지 못하지만 올해 수상하신 분들의 글마다 이렇게 독특한 ‘렌즈’와 ‘목소리’가 들어 있습니다. 한 글자씩 써서 환해지는 종이 위의 길이, 수상하신 모든 분께 활짝 열리기를 바랍니다. 


 

제18회 생활문예대상 심사를 맡은 소설가 김성중 님은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작가입니다. 2008년 단편 소설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로 등단한 이후 2010년, 2011년, 2012년 ‘젊은작가상’ , 2018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소설 《개그맨》, 《국경시장》, 《이슬라》 등을 펴냈습니다. 

 

 

 

제17회 생활문예대상 심사평

 

윤성희 님|소설가

 


심사를 하면서 좋은 문장이란 삶을 통과한 문장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때론 문법이 맞지 않아도, 투박하더라도, 서툴더라도 삶의 지문이 드러난 문장은 마음을 움직인다. 아무리 아름다운 문장이라도 삶이 없다면 그 아름다움은 공허할 뿐이다.

이번 심사로 나는 작가로서 겸손해지는 순간을 여러 번 겪었다. 좋은 이야기는 아름다운 글을 이긴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했고, 작가로서 삶을 바라보는 내 태도도 점검했다. 그만큼 즐거운 심사였다.

그러나 모두에게 상을 줄 수는 없고, 심사란 그중에 나은 작품을 뽑아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골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 본다. 삶의 경험은 내게는 소중해도, 문장으로 옮기면 자칫 진부하거나 평평해질 수 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독창적이지 않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의 삶은 보편성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보편성 속에서 삶의 비밀을 찾아낼 때 그 글은(혹은 그 삶은) 다른 결을 가진다. 그 비법은 구체적인 형상화다. 구체적인 형상화를 거친 글은 타인의 마음을 건드린다. 구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타인의 삶을 일대일로 경험한다.

대상과 금상, 은상은 구체적인 형상화가 잘된 작품을 우선 선정했다. 물론, 형상화보다 진솔한 진술로 감동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래서 동상에는 그러한 작품도 같이 선정했다.

대상을 수상한 〈코미디의 왕〉에 대해 몇 마디 덧붙이고 싶다. 나는 이 작품을 읽는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 그만큼 독자를 빨아들이는 문장 능력이 있었다. 진술은 진솔하면서도 위트 있으며, 삶의 순간을 드러내는 장면 처리 능력도 뛰어났다. 그리고 부부가 되어 어떤 일을 겪고, 그것에 상처받고, 다시 회복하는 긴 서사를 너무나 근사하게 압축해서 보여 주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많이 써 주길 바란다.

심사 위원 이전의 순수한 독자의 마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문장 뒤에 숨겨진 각자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삶은 때론 아름답고, 때론 슬프고, 때론 근사하고, 때론 미궁에 빠지기도 한다.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글을 투고한 여러분의 삶이 시시해지는 것은 아니다. 문장 뒤에 있는 삶은 모두 근사했다. 그것만은 잊지 마시길 바란다.

 

제17회 생활문예대상 심사를 맡은 윤성희 님은 1999년 단편 소설 〈레고로 만든 집〉으로 등단한 후, 보통 사람들의 삶에 담긴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로 써 왔습니다. 황순원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김승옥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날마다 만우절》, 《베개를 베다》, 중편 소설 《첫 문장》, 장편 소설 《상냥한 사람》, 《구경꾼들》 등을 펴냈습니다. 

 

 

 

제16회 생활문예대상 심사평

 

신형철 님|문학 평론가

 


‘잘 쓴 글’과 ‘좋은 글’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좀 과감하게 답해 보았습니다. 기교와 태도의 차이일 수 있겠다고요. 잘 쓴 글은 기술적으로 훌륭한 글이고, 좋은 글은 진심 어린 태도가 느껴지는 글 아니겠느냐고요. 저는 문학적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수련한 작가들의 글을 주로 읽으며 삽니다. 신인 공모 심사를 할 때 만나는 글 역시 거의 프로 작가 수준에 이른 것이고요. 대개 ‘잘 쓴 글’로 분류될 만한 글들이지요. 이번 심사에 임하면서 저는 ‘잘 쓴 글’보다는 ‘좋은 글’을 기대했고, 제 기대는 뿌듯하게 충족되었습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수많은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심사하는 내내 감사했습니다. 제 심사가 마치 소중한 진심들을 함부로 저울질하는 일 같아 죄송스럽기도 했고요.

남편이 후처를 보자 대숲에서 혼자 일생을 살아 낸 ‘고앗집 할매’는 단편 소설 하나 너끈히 써도 좋을 만한 인상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바늘을 무서워하면서도 아내를 위해 옷을 꿰맨 남편의 이야기는 사랑스러웠습니다. 두 작품에 금상을 드렸습니다. 클래식을 들으며 신문을 읽는 특별한 과일 장수였던 아버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섬세했고, 막내딸을 수능 시험장에 들여보내고 뭐라도 해야 하겠어서 쓰레기를 줍는 아버지의 마음은 뭉클했으며, 점쟁이가 말한 귀인을 기다렸으나 알고 보니 그 귀인은 이미 곁에 있는 가족이었다는 이야기는 따뜻했습니다. 이 세 작품에 은상을 드렸습니다. 동상을 드린 다섯 작품은 다시 보니 모두 가슴 아픈 이야기였네요. 다섯 분 모두 행복하기를 빌며 읽었습니다.

대상을 선택하는 일은 쉬웠습니다. 왜냐하면 이 글은 저로 하여금 마지막 문장을 읽은 후에 눈물을 참느라 한참을 도사리고 앉아 있도록 만들었거든요. 〈자아를 빛낸 6월의 신부〉라는 글입니다. 1966년 결혼해 함께 고생하다 9년 전 세상을 뜬 아내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라고 하면 평범하게 느껴질 테지요. ‘잘 쓴 글’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좋은 글’의 표본 같은 글이었습니다. 맞춤법도 자주 틀렸고 문장도 불완전했는데 그 실수들에조차 어떤 진심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기이한 일이었습니다. “떠나 버린 아내는 십여 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이 마지막 문장을 오래도록 잊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상의 남편과 천상의 아내에게, 함께 축하를 드립니다.

 

제16회 생활문예대상 심사를 맡은 신형철 님은 문학 평론가로 소설, 시,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을 보고 읽으며 글을 씁니다. 조선 대학교 문예 창작학과에서 비평론을 가르칩니다. 저서로는 《몰락의 에티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등이 있습니다.

 

 

 

제15회 생활문예대상 심사평

 

정여울 님|작가

 


누군가의 삶이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내 삶에 노크하는 느낌, 그것이야말로 좋은 글을 읽었을 때의 눈부신 감동일 것이다. 아름다운 응모작들을 읽으며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노크 소리를 들었다. 글 하나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와 “우리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자.”라고 친근하게 속삭이는 듯했다. 좋은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그의 인생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엿보는 기쁨을 준다. 글을 읽는 동안 수많은 친구와 모닥불을 피워 놓고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느낌에 행복했다.

감동을 주는 글은 자신의 아픔을 장작불처럼 태워 독자의 삶을 환하게 밝혀 주는 힘을 지닌다. 타인의 아픔이라는 모닥불이 추위에 떨고 있는 우리 삶을 따스하게 밝힐 때 우리는 저마다의 아픔을 치유할 힘을 얻는다. 아픔을 아픔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아픔이 일깨워 주는 삶의 진실에 가닿는 글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시와 소설에 비해 수필이 가진 고유한 매력은 바로 그 사람의 ‘글’이 곧 그 사람의 ‘삶’과 일치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생생한 현실 감각일 것이다. 생활문예대상의 글에는 바로 ‘삶과 글의 일치’라는 수필의 이상을 충족하는 좋은 작품이 많아 읽는 이의 가슴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좋은 수필은 삶의 아름다움을 과장하지 않는다. 아픔은 아픔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놓아두면서도 삶의 아름다움이 그 솔직함과 꾸밈없는 문체에 자연스럽게 배어나도록 만든다. 생활문예대상의 글은 바로 그런 정직함과 해맑음으로 마음을 움직였다. 다양한 사건을 정교한 플롯 속에 녹여야만 제대로 완성되는 소설과 달리, 수필은 아주 사소한 사건일지라도 글쓴이의 꾸밈없는 진심이 드러남으로써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수필의 문학성은 체험의 진실성에서 우러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글들이 특히 짙은 호소력을 발휘했다. 체험의 진실성과 문체의 자연스러움이 동시에 어우러진 글이 많아 수상작을 가려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오히려 매우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짧은 시간 내에 좋은 글을 많이 읽을 수 있는 눈부신 축복이기도 했으니까. 응모한 모든 분에게 고마움과 축복의 인사를 전한다. 수상자에게도 따스한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다.

 

제15회 생활문예대상 심사를 맡은 정여울 님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입니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 강의를 하며 깊고 넓은 글을 쓰고자 합니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며, 저서로는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빈센트 나의 빈센트》 등이 있습니다.

 

 

 

제14회 생활문예대상 심사평

 

황선미 님|동화 작가, 서울예술대 교수

 


본심에 올라온 응모작을 검토하면서 저절로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진솔하고 감동적인 사연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일이 아무한테나 가능할까. 작가라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을 하게 해 준 모두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한다.

사연 하나하나에 깊은 경험이 녹아 있고, 우리 세상의 다양한 삶이 들어 있어서 감히 몇 편을 골라야 한다는 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몇 번쯤 읽을 각오를 하고 수상권으로 놓을 만한 작품을 우선 고르는데 그 양이 절반이 넘어서 놀랐다. 그중에서 또 반을 추리는데 놓기 아까운 작품이 많아서 고민이 컸다. 최종 선택한 작품들을 순위별로 나눌 때도 그 순서가 몇 번이나 바뀌었을 만큼 작품마다 의미가 깊었다. 그래서 기어이 순위를 매겨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음을 고백한다. 사연도 놀랍지만 작가보다 더 치열하게 문장을 다룬 글에서는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삶이 어떤 문학보다 강하다는 말을 인정하게 된 시간이었다.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 예술가의 삶이 가슴 아프고,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도 빚을 갚기 어려운 젊은이의 삶이 애달프고, 생의 끄트머리에 선 부모의 인생을 돌아보는 자식의 글에서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못 배우고 가난했어도 자식을 꽃처럼 길러 낸 어떤 어머니의 평생.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분이 신부의 드레스를 삼천 번이나 붙잡아 주다 일터에서 밀려난 사연은 아름답고도 축하할 만했다.“ 수고하셨어요. 당신의 삶을 훌륭하게 책임지셨네요.” 하고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풋사랑에 눈이 멀어 부모를 걱정시켰으나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한 분에게는 박수를, 장애로 인해 일상이 순조롭지 못하면서도 봉사를 이어 가는 분에게는 고마움을, 소년수를 아버지 마음으로 지켜보며 교화시킨 분에게는 존경을, 어려운 처지에도 어린 조카의 발이 되어 준 분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보내고 싶었다. 일하는 딸을 위해 손녀를 지혜롭게 키워 준 친정어머니 이야기는 대단하고, 작은 가게에서 평생을 보낸 나이 든 부모가 영화관 나들이를 하며 소소한 기쁨을 알게 된 사연은 가슴 찡했다. 계약직 사원의 자존감을 지켜 준 어떤 상무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해 주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우리가 살 수 있는 모양이다. 이런 분들이 지탱하는 세상이라 우리 사회가 아직 괜찮은 모양이다. 그 만만치 않은 일을 온전히 겪어 내고도 그것을 그저 푸념이 아닌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분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몸으로 겪은 삶의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는 지면이 있다는 사실도 참 고마운일이다. 글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서 이것이 또 누군가의 귀와 가슴을 열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14회 생활문예대상 심사를 맡은 황선미 님은 섬세한 심리 묘사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로 수많은 어린이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 마당을 나온 암탉》은 수십 개국에 번역 출간되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푸른 개 장발》은 유럽과 아시아 십여 개국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습니다. 2014년 런던 국제 도서전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었고, 2017년에는 대한민국 문화 예술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13회 생활문예대상 심사평

 

손홍규 님|소설가

 


응모작들을 읽는 동안 이따금 원고를 내려놓고 마음이 진정되길 기다려야 했다. 모두 읽은 뒤에는 폭우 속을 헤치고 온 것처럼 어느새 마음이 흠뻑 젖은 걸 알았다. 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일 뿐인데 이처럼 마음이 기운 이유는 아마도 사연의 힘 때문이 아닐까. 사연이란 설령 하나의 사건으로 묘사된다 해도 그 배후에 헤아리기 어려운 여정을 품고 있는 법이니까.

그러므로 한 편의 글을 쓴다는 건 살아온 과정을 되짚어 다시 거닐어 보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러할 수는 없을 테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스로의 마음속을 거닐어 보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 보면 뜻밖의 것을 만나기도 한다. 잘 안다고 믿었던 일이 낯설어지고, 이해가 불가능하다 여겼던 일이 너무나 분명해지는 순간을. 그런 순간에 느껴야 했던 놀라움, 반가움, 서글픔 등이 읽는 이의 가슴으로도 자연스럽게 번져 가는 글이 좋은 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응모작들이 그러했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진심이 있었고,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수상작을 고르기가 무척 어렵고 난감했다. 비록 몇몇 작품을 선정하기는 했으나 수상작이든 아니든 사연의 무게를 견주지는 않았다.

어느 소설가는 “삶은 우릴 때려눕히고 우린 다시 일어나는 거야. 그게 전부야.”라고 했으나, 그 소설가마저 우리가 어떻게 쓰러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일어나는지를 전부 보여 줄 수는 없었다. 아마 누구라 해도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생활문예대상 응모작들이 불가능해 보이는 바로 그 일을 하는 중이라는 점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모든 응모작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응모자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당신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준 이야기를 결코 잊지 않겠다.

 

제13회 생활문예대상 심사를 맡은 손홍규 님은 안정된 문장에 탄탄한 구조, 해박한 고유어 지식과 전라도 사투리 구사 등 자신만의 언어 제련 솜씨로 희망과 변혁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장편 소설 귀신의 시대청년의사 장기려이슬람 정육점파르티잔 극장 등과 산문집 다정한 편견》,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등을 펴냈으며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제12회 생활문예대상 심사평

 

구효서 님|소설가

 


‘우리가 바라는 것은 결국 행복과 감동이구나.’ 응모자들의 글을 통해 새삼 확인한 사실이었다. 외국과 외국인, 가족, 반려동물, 입학, 취업, 결혼에 얽힌 사연들이 후회와 반성과 추억이라는 형식을 경유하면서 결국에는 행복과 감동이라는 목적지에 다다르는 여정을 벅차게 지켜보았다.

행복과 감동은 어쩌면 너무 흔하고 빤한 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생각」 식구들이 펼쳐 내는 실로 다채롭고 실감 나는 사연들 때문에 행복과 감동이라는 말이 별과 꽃처럼 살아나 빛났다.

‘이런 것이 실제 사연의 힘이구나.’ 생각했다. 픽션은 화려하고 극적이며 박진감 넘칠지는 모르나 이토록 맘결에 소리 없이 스며들기는 쉽지 않다. 지극히 일상적이며 사소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들은 하루 중 잠시 눈을 감고 고개 숙이는 매일의 기도처럼, 알고 보면 참으로 숭고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대상을 받은 ‘갠지스 강물에 소똥을 씻다’의 소재야말로 하찮은 것이다. 금상을 받은 ‘오해마저 부창부수’나 ‘내 인생의 빛나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떠랴. 그것들이 우리에겐 너끈히 우주의 이름으로도 불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나같이 소중한 글이었다. 하지만 여러 글에 애꿎게도 점수를 매겨야 하기 때문에,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글솜씨가 좋은 작품에 우선적으로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일상의 행복과 감동을 춤이나 노래, 그림이 아닌, 글로 표현해 낸 작품들이니까. 솜씨 있는 글은 미처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조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동하게 만든다. 입상한 작품 모두 그러하다. 

 

제12회 생활문예대상 심사를 맡은 구효서 님은 서정성과 탄탄한 주제 의식, 재미를 겸비한 소설로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아 왔습니다. 소설집 《발명의 달인》, 《아닌 계절》 등을, 장편 소설 《늪을 건너는 법》, 《랩소디 인 베를린》, 《동주》, 《타락》 등을 펴냈으며 최근에는 일상의 소소함과 눈물겨운 삶의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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