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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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새벽 햇살] 한자리에

나는 아내와 큰딸, 아들, 늦둥이 막내딸에게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이곳에 왔다.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잠 못 이루며 밥을 먹지도 못한 채 아내와 아이들만 생각하며 지냈다.

 

접견 와서 눈물 흘리는 아내와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딸을 보면 마음이 찢겨 나가는 듯했다. 죄의 대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꿈에서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절망스러운 시간이었다. 

아내에게서 아이들 근황을 전해 들었다. 고등학생 큰딸과 중학생 아들은 나를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단다. 나로 인해 충격받아 방황한다고. 못난 아빠로서 자책감이 쌓여 갔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모두 잠자리에 들었지만 나는 눈을 붙이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평생 처음 느끼는 진실함과 애절함을 담아 써 내려갔다. 아내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들을 얻은 일, 아이들에게 느낀 고마움, 성장 과정에서 같이 겪은 일들을 옮겼다. 하룻밤은 아빠의 사랑을 표현하기에 너무 짧았다. 밤새 쓴 편지의 마지막 인사로 이렇게 적었다.

 

“너무 사랑한다. 너희가 아빠의 아들딸이 되어 주어서 하느님에게 고맙구나.”

갑자기 눈가가 뜨거워졌다. 자책, 그리움, 슬픔…… 모든 것이 뒤섞여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잠든 사람들을 방해할까 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흐느꼈다.

 

며칠 뒤 접견을 온 아내가 웃으며 물었다. “여보, 편지에 뭐라고 쓴 거야?”

편지를 읽은 아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했단다. 

“아빠가 없는 동안 일을 나눠서 하자. 우리가 할 일을 적어 왔어.”

“아빠를 이해해 주자, 엄마.”

“아빠도 혼자 외로울 거야.”

“우리라도 아빠에게 힘이 되자.”

 

아내는 아이들 말을 전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리고 덧붙였다. “가족의 사랑은 이렇게 어려움이 닥쳤을 때 느낄 수 있는 거야. 하느님이 사랑을 다시 한번 느껴 보라고 시련을 주신 것 같아.”

 

아내를 보내고 돌아오는 동안 잠시 하늘을 보며 울었다. 고마움과 미안함의 눈물이었으리라.

며칠 뒤 교도관이 접견 신청서를 건넸다. 거기엔 아내와 두 아이 이름이 모두 적혀 있었다. 나는 환호성을 외치며 접견실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눈앞이 흐릿해졌다. 결혼하고 이십 년간 지켜 온 나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가족이 모이는 것이 이렇듯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지 몰랐다. 우리가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는 동안 막내딸은“ 아빠, 아빠!” 하고 외쳤다.

 

팔 분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창 너머 가족들의 눈빛에 담긴 사랑을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이제 안다.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는 의무나 책임감만 가진 사람이 아니다. 가족의 마음에 사랑을 불어넣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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