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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특집] 오줌 샤워

결혼 전, 다른 집 아이들은 쑥쑥 잘만 자랐다. 주는 대로 먹고, 피곤하면 스르르 자고, 혼자서도 잘 놀고. 아이는 저절로 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밥 먹이고 트림시키고, 기저귀 갈아 주고, 안아서 재우고……. 모두 해줘야 했다. 

 

신생아 때는 기저귀 가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뒤집거나 움직일 수 없으니 수월했다. 하지만 돌이 지나고 말귀를 조금씩 알아들으면서 힘에 부쳤다. “기저귀 갈자.” 이 말을 하는 동시에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찌나 빠른지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벗어났다. 간신히 잡아 기저귀를 갈려고 하면 온몸을 비틀며 빠져나갔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아빠랑 놀까?”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오면 ‘기저귀 갈기 놀이’를 했다. 아이도 놀이로 받아들였는지 더이상 도망가지 않았다. 그렇게 차츰 배워 갔다. 아이가 자라면서 기저귀 가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더욱 주의할 일이 생겼다. 바로 오줌이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아이의 기저귀를 벗겼다. 그 순간 오줌 발사!
“으악!”


설거지하던 아내는 큰일이 난 줄 알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러곤 별일 아니라는 듯 “아들 오줌인데 뭐 어때요.” 하고 말했다. 아이 역시 해맑은 모습으로 온 집 안을 돌아다녔다. 나는 얼굴을 닦지도 못한 채 아이를 잡으러 갔다. 아이의 오줌 샤워는 유독 나에게만 자주 일어났다. 몇 번 당하니 요령이 생겼다. 최대한 팔을 펴고 얼굴을 뒤로 젖혀 아이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거다. 공격을 피하자 아이도 포기했는지 잠잠해졌다.


어느 토요일 저녁,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가서 장을 봐 오라고 했다. “당신도 같이 가는 거지?” “둘이 오붓하게 다녀와요. 나는 치과 예약했어요.” 아이 용품이 든 가방을 메고, 아이를 앞으로 안았다. 아내가 적어 준 물건을 하나하나 카트에 담는데 갑자기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배고픈가 싶어 얼른 우유를 물렸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썩 편안하지 않았다. ‘이게 아닌가.’ 하며 바지를 보니 기저귀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급히 유아 휴게실로 갔다. 젖은 기저귀를 벗기고 새 기저귀를 꺼내는데 아이가 칭얼거리며 안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방심한 나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 순간 내 얼굴에 오줌이 시원하게 쏟아졌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어찌까. 아들이 오줌 싸서 아빠가 다 젖었네.”
“봤어? 오줌이 입안에 들어갔네.”


아이는 당황스럽고 창피한 나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더 이상 장을 볼 상황이 아니었다. 얼굴만 대충 닦고 기저귀를 채운 뒤 쏜살같이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전상현 님 | 광주시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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