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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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제 2회 청년이야기대상 대상 수상작)

글 정보
이름 좋은생각사람들
작성 일시 2020년 06월 11일 14시 08분

제2회 청년이야기대상 대상(2017년) 

제목 : 빛

수상자 : 박윤화 님

 

 

 

누구에게나 빛(光)이 있다는 사실을 안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겨울, 면접을 보기위해 흐벅지게 쌓인 눈에 발자국을 내며 어느 반지 가게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부부처럼 보이는 남녀가 물을 건넸다. 나는 점퍼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이력서를 꺼냈다. 그들은 내 이력서를 보곤 잠시 말이 없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어디선가 힘이 생긴다고 하지 않던가.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다급했던 나는 일을 잘할 수 있다며 주절주절 떠들었다. 여자는 당황했고 남자는 싱긋 웃어 주었다.


가게를 나와 한숨을 내쉬니 하얀 입김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입김처럼 내 일자리도 흩어지는 듯했다.


며칠 뒤, 반지 가게에서 전화가 왔다. 합격 소식이었다. 나는 눈밭을 뛰어다니는 강아지처럼 방 안을 한참 돌아다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왜 하필 나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꼬리를 물어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이어졌다.


나는 불안을 안고 세공대 앞에 앉았다. 손님 응대부터 간단한 반지 세공까지 배운 뒤 연습을 시작했다. 남자 사장님은 광을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의 종류는 무광, 유광, 다이아 광 등 다양했다.


처음엔 어려운 점이 많았다. 광낼 때 쓰는 사포의 순서가 헷갈렸고 어깨가 저리기도 했다. 서서히 지칠 즈음, 사장님이 나만의 반지를 만들어 보라며 길쭉한 은(銀) 선을 건넸다. 반지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 보라는 뜻이었다.


도움을 받아 만든 반지는 광 선택만 남겨 두었다. 고민하는 나에게 주변에선 무광을 추천했다. 까만 내 손에 흰빛을 띠는 무광 반지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오래 끼고 다녔다.


벚꽃이 지고, 푸른 잎이 감색 잎으로 바스러질 때까지 세공대의 페달을 밟았다. 일이 익숙해져 사포를 구분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어느 날, 평소처럼 작업에 열중하는데 문득 손에 낀 무광 반지가 거슬렸다. 하지만 어떤 광으로 바꿔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부터 사람들을 보면 각자에게 어울릴 만한 광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온화한 사장님에겐 무광, 화려한 걸 좋아하는 친구는 다이아 광, 고등학생 손님에겐 유광…….’


이상하게도 내게 어울리는 것만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대체 어떤 광이 어울리는 사람인지 고민하다 사장님에게 나를 뽑은 이유를 물었다. 사장님은 그저 열심히 하는 내성적인 모습이 바뀔 가능성을 보았다고 했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날 이후,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나에게 어떤 광이 어울릴지 찾기보다 스스로 어떤 광을 내고 싶은지 고민하자.’ 너무 수수하지도,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은 그런 빛을 내고 싶었다. 나는 무광과 유광 사이에서 사포질을 멈췄다. 그제야 내가 원하는 빛이 났다.


나의 삶은 반지고, 반지를 다듬는 사포는 나 자신이다. 내가 만들고 싶은 삶을 스스로 닦으며 알맞은 빛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빛이 있다. 우리는 언제든 한 손에 든 사포로 자신이 원하는 빛을 낼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의 빛을 위해 열심히 사포질을 한다.

댓글 쓰기
  • 이해*2023. 01. 3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결말이 참 아름답네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목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 참 감동적이에요.

  • 김민*2022. 06. 29

    안녕하세요,,잘읽고갑니다,,그리고  추억하나를 남기고 싶네여,,,,혼자 여행을 갓다가  대구에 사는   일남칠녀의 장녀인 큰언니 집으로 갓네요,,지금언니의 나이는 66 그동안의 일들을 모두다는 못하지만   참 잘열심히 살다가 집안 일오 신용불량자 까지 되엇다,,나이가 들어서야 이제야 집을 분양받아서 삿다는데   가족들 모두들 가자해서 갈적에 가치 참석을 하지 못하여,,늦게  집을가보게 되엇네요,,이제야 다행이다 싶게 역바로앞이고  병원을 바로옆에 잇고,,시장은 두개나 잇는 ,,,그리고 아직은  형부도 조카들도 옆에서  잘살고 잇고,,,오랫동안 마음만으로 안타까워하고 안스러워햇엇는데,,,,참 조타  할정도의 위치와 환경,,,식구가 많코,,제일 크다는 이유로  참 마이 힘들어 하문서도  언니는 형부는 늘상  어린 우린들을 챙겨주고 염려해주고 잘한거뿐인데,,우째이런일 이라는 일들을  겪으믄서도  동생들염려를 바램하며 살아온 언니,,,아무나두 대신할수업는 식구많은집 장녀와큰형부가되신 분,,,엄마 가 가시고 나믄  언니가 엄마 가되겟지하는 마음에  집와서보니,,, 맞구나 싶게 여전히 염려하고 걱정하고 잔소리하는거 보며   ,,,,웃고 가치 이런저런 안부와 사는 야기를 하고 나오니,,,참 별거 업는 세상속에  우리 이렇케 만낫는데,,,이런사람이 내 언니 인게 참 조앗네여,,,,,이글을 적는것은   자기 안생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것은 맞 는데  대신할수도 업지만,,,자기만이 사는게 아닌 더불어 사는거고  지금 현재가 현재에 살려고 하는게 최선이구  내봐서요,,빚나게  뽐나게는아니지만   사람은 사람으로 존재하는 동안은  꼭 필요하고  잘하지 못해도 안이쁘도  다 모두 빚나지 않나해봅니다,,,사랑합니다

  • 준비*2021. 02. 16

    너무 와닿는 글이네요. 가능성을 보았다는 표현과 앞으로의 나를 선택하자는 연결도, 무광과 유광 사이를 선택하셨다는 결론도 참 와닿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sh**********2021. 02. 14

    와.. 정말 감동적인 글 잘읽었습니다. 글 주변이 부족해 감상을 표현하지 못하는 게 참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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