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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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제13회 생활문예대상 대상)

글 정보
이름 좋은생각사람들
작성 일시 2020년 01월 08일 19시 52분

구민정 님 

 

  

 

오늘 식탁에는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이 올랐다. 나는 상추에 고기 한 점을 올려 아버지 입에 넣어 드렸다. 이렇게 사소한 일이 행복하고 감격스러워 순간 울컥했다. 

 

내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는 설암에 걸렸다. 마른기침과 쉰 목소리, 혀에 돋은 좁쌀. 아버지는 이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차도가 없자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간 동네 병원에서 대학 병원으로 가라는 소견서를 받았다. 그리고 설암 진단이 내려졌다. 암도 두려운데 ‘혀에 생긴 암’이라니. 게다가 병은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아버지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수술할 것인가, 말 것인가. 수술하지 않으면 전이되어 남은 시간은 길어야 십 개월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수술조차 국내에서 단 한 번 시행되어 성공 여부를 확답할 수 없었다. 혀는 3분의 1만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한쪽 턱과 볼을 절개하고, 전이가 의심스러운 기관지도 동시 개복 수술을 해야 했다. 허벅지 살을 볼에 이식하고 목에 구멍도 뚫어야 했다. 듣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러니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운이 좋아 수술에 성공하더라도 불편한 몸으로 엄마와 내게 짐만 될 거라고 생각했단다. 의사는 그 마음 이해한다며 아버지와 같은 수술을 한 첫 번째이자 유일한 환자를 만나게 해 주었다. 아버지 마음을 움직인 건 뜻밖에도 그의 아내가 건 전화였다.

 

“가족을 위해 용기 내세요. 우리는 그이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아버지가 수술을 결심하자 모든 것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버지는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나중에 보자, 우리 딸.” 하고 말했다. 그리고 반나절이 지나 그 문에서 다시 나왔다.

 

아버지는 한동안 중환자실에 있었다. 나는 할머니 집에 머물며 아버지를 볼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한 달 뒤 아버지를 보러 가기 전, 절대 울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병실에는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 나를 향해 벙긋벙긋 입을 벌려도 바람 소리만 났다. 애써 눈물을 삼켰다. 다행히 수술은 잘됐지만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했다. 퇴원하고도 그 기간만큼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아버지는 미음만 먹으면서 그 힘든 시간을 버텨 냈다. 그리고 녹음기를 사서 “아, 야, 어…….” 하며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듯 연습했다. 매일 저녁 베란다에 나가 녹음기와 씨름하며 점점 긴 단어와 문장을 익혔다.

 

언젠가 거울을 보던 아버지가 “수술 부위에 다시 혓바늘이 돋았네.”라고 말했다. 가족 모두 혼비백산해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핀셋으로 꺼내 보여 준 건 어제 먹은 된장국에 든 팽이버섯. 그제야 우리 가족은 안도하며 웃었다.

 

때론 이렇게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매일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경험한다. 밥을 먹고, 말하고, 외출하고, 남들에겐 당연한 걸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혹시 비슷한 상황에서 수술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용기 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 가족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댓글 쓰기
  • 최병*2024. 02. 06

    용기와 사랑이 있는 가족이군요
    행복하시길 빕니다

  • 양지*2023. 12. 13

    뭉클하네요. 가족은 힘이 들때 정말 큰힘이 되지요. 

  • 김민*2022. 06. 27

    사랑합니다  조은 마음을 배우고 가네요   ㅎㅎㅎㅎ  우리들은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때 수술을 하면 살수잇을것이라는 걸   지금에서야 알게되어서 더 마음이 아프네여   아버지는 간경화셧고  대학병원을 왓다갓다 하시면서도 한번도 간이식에대한 말씀을 안하셧는데  다커서 아파보고서야  병원에서 당연히 수술을 하면은  조금은 더 계시다  가실수잇엇는데 하는 아쉬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마음 나눔을 배우고 갑니다  사랑합니다,,조은 날들 행복하세요

  • 김수*2022. 02. 24

    할아버지께서 설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너무 잘 읽고 갑니다 글쓴이 가족 분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마음을 보탭니다

  • 홍근*2022. 02. 23

    너무 좋은 글이에요.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빌게요

  • 김지*2022. 02. 08

    이글을 읽고 다시 한번 가족에 대하여 생각하게되었다

  • 김명*2021. 03. 01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고 해도 내게 있는 것은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됩니다.
    가족의 사랑의 힘이 고통을 이겨내고 행복할 수가 있겠지요.

  • 제주***2021. 02. 15

    앞으로 많은 분들의 귀감이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경험과 글 잘보고 감니다.
    우리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용기있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많은 독자분들께 당부드림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대전 유성 지족동에서
    사학연금수급자 김광진/제주몽생이 드림

  • ㅇ ***2021. 02. 04

    나는 어린시절 배를 먹다 체해,기절해 근처 종합 병원에서 몇일을 혼수 상태로 있다가  깨어났습니다 결과는 뇌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거기다 고교 윤리 시간때 공자님의 말씀에 너무 심취해 엎친데 덮친격으로 내 결혼전 시절은 우울했습니다
    내경우는 결혼을 잘해서 인생이 잘풀린 케이스입니다

  • 팥쥐**2020. 02. 26

    가족들 모두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 두루**2020. 02. 17

    좋은 일보다, 안좋은 일이 있을 때 
    더 빛나는 가족입니다. 
    얼마나 힘든지도 알지만, 
    사랑이 가득해서 좋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 양 ***2020. 02. 16

    따님의 착한 심성이 그려집니다

  • 사랑***2020. 02. 05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잘 이겨내시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뭉클하네요 ㅠㅠ

  • 꿈꾸****2020. 02. 04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 덕분에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껴봅니다.

  • 하얀***2020. 01. 29

    힘든 일 없이 평범한 일상이 행복인데 때로는 욕심이 앞서 잊어 버리곤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다시 반성하게 만들네요.감사합니다.~~^^

  • 글쓰*****2020. 01. 25

    감동적인 글. 잘읽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사소한것에 감사함을 종종 잊어버릴때가 많습니다. 다시한번 저도 사소한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글인것 같아서 감동받았습니다. 

  • 강지*2020. 01. 22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경험하신다는 점이 감명 깊었습니다. 매일매일의 삶이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당연한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큰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살기에도 빠른 시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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