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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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 군인들(제7회 생활문예대상 대상)

글 정보
이름 좋은생각사람들
작성 일시 2020년 01월 08일 19시 10분

조병욱 님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돌아가신 뒤 상여를 메고 장지로 향할 때였다. 지금이야 장례식장에서 알아서 하고, 상여가 나가는 경우도 거의 없지만 6년 전 우리 동네에서는 누군가 돌아가시면 관을 싣고 장지로 가곤 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어느 정도 예상한지라 사람들은 호상(好喪)이라 여겼고, 슬픔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돌아가시니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정신없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장례 절차를 다 준비해 주셨는데 상여를 짊어질 상여꾼이 없었다.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가장 나이 적은 분이 예순을 한참 넘기셨기에 상여꾼 구하기가 힘들었다.


동네 어르신들은 마지막 길을 함께 한다며 애써 상여꾼 노릇을 자처하셨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혹시 상여 메고 올라가다 다치시지 않을까 더 걱정이었다.


어찌할 도리가 없어 동네 어르신들이 상여를 메고 올라가시는데 아니나 다를까, 산 중턱에 있는 장지까지 가기엔 무리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삯을 주고서라도 사람을 구했어야 하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았고, 돈이 있다 해도 젊은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


장지가 있는 선산은 외길인데다 비탈져서 상여가 휘청거렸다. 결국 반도 못 올라가고 멈춰야만 했다. 더군다나 앞에서 선소리 하시는 어르신이 벌집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뒤따르던 상여꾼들이 벌에 쏘이기까지 했다. 상여를 내려놓고, 모두 어떻게 해야 하나 허탈해 했다. 여자들이 멜 수도 없고, 여기에 그냥 묻을 수도 없고…….


그때였다. 건너편 산에 있던 군인들이 우리 쪽으로 향했다. 중대장인 듯한 인솔자와 병사들이 땀을 흘리며 부리나케 달려왔다. 멀리서 훈련하다 장례 행렬이 눈에 띄어 유심히 본 모양이었다. 상여가 올라가지 못하고 중턱에 멈춰서자 도와주러 온 것이었다. 훈련받기도 힘들텐데 이곳까지 와서 도와줄 생각을 하다니…….


전투복을 입은 열두 명이 나란히 상여 옆에 섰다. 전투화를 질끈 동여 메고, 상여에 달린 끈을 어깨에 걸고, 서서히 힘을 주니 상여도 춤추듯 일어났다.


우리가 한 시간 넘게 온 길을 군인들은 순식간에 올라갔다. 인솔자의 지시대로 일사불란하게 기합을 외치면서 한 발 한발 올라가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자니 절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가 아니라 고마워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얼굴에는 땀방울이 비 오듯 흐르고, 그 땀으로 전투복이 젖어가는데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힘든 내색 없이 장지까지 올라가는 젊은 군인들이 눈물나게 고마웠다. 한 군인은 부모님 생각이 났는지 울먹이기도 했다.


상여를 따라 석관을 들고 올라가야 했는데 그것마저도 군인들이 도와주었다. 석관이 얼마나 무거운가!


땅 속에 아버지를 누이고, 칠성판을 덮고, 흙을 한 삽 두 삽 털어낼 때 군인들이 하나둘씩 흐느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그저 상여를 메준 인연이 다인데 마치 오래 알았던 사람들처럼 슬퍼하고 안타까워해 주는 마음에 감동했다.


아마 아버지는 외롭지 않으셨을 것이다. 군인들이 마지막 길을 함께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고단한 생을 마감하고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다. 산소에 갈 때마다 그 군인들이 아버지만큼이나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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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2022. 06. 01

    한번은 누구나 가는 길   오랫만에 잊고잇엇던  둘째형부의 때를 생각나게 해주시네여     암으로 아프다 호스피스병동에서 계시다 돌아가셧고   3일 병원 장래를 치르고  집살던곳을 한바퀴 도는것을보앗네요    그리고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동안  형부에 제사에 가보지를 않앗는데   요번 기일에 울산에 사는 언니   형부기일이라구 가족촉에  글을 올려서 가게되엇네요    바로 가기엔 이른시간이엇고  제사 음식은  친척이나   딸  아들 며느리  언니가 다하고 잇어서  친구를 잠시 만나고 가자 햇는데  늦어지는통에  그리고 언니집 주소를 몰라  톡에 ;올리라햇는데   바빳다며 올리지를 않아서  ㅡㅡㅡ그리고   평일이어서  직장을 다니는  조카들   그래서 제서를 이른시간에 모셧다하여서   제사를 올리지도 못하고  그시간에  술을 한잔하게 되엇는데   소주의 맛은 마셔봐서   알지만  어헉   맛이 맹물도아니고  알콜이하나도업는  이건 소주가 아니라  맛간 맛이라고 할정도엿는데  나중에 무러보니  그시간에  제사를 지냇다고  확인을 하고서야   에고  이건 분명 영혼이 잇어서  나를 보러왓고  취거나 마시지마라는   나를 조아해줫던 형부의 계시같은,,,그시간을 듣고 확인은ㄹ 하고서야   완전 소름이 돋는 정도  그리고 닭살돋는듯한  참 묘한  그날을 잊을 수가 업엇는데  이글을 보고 넋두리 같은  한야기를 올려보네여   그리고  먼저가는 사람의 ㅣ영혼은  정말  사는사람의 생각과마음보다  더 깨끗하고 착해서  먼저가는거라는 말을 해봅니다  패해갈수업으면  즐겨라는 말을 하듯이    이나이가 되엇야 이젠는 고만 욕심부리고  더가지려하지말고  순리를 그대로 받자 그리고는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자  그리고  늦기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하자  ...너무도 먼저가시는 분들을 많이보내보고서도 여전히 아직도  아쉬움과 그리움에  맘아프고 안타까월하지만   돌아올수업는  과거와같이   다시는 오지못하는 길을 가는데  행복이나  편안함이나     화를 내는거라든지 이런거는 업고   잇을때  보고 만질수잇고  잘할수잇는 동안 잘하라는 말을 하고싶네여    ps  저는 교통사고로 3개월동안 꿈만 마이 꾸다가 눈을 떳엇던 과거가 잇는 사람이라  한글 적은거네요    내맘편하기 위한  말보다는  말과 행동 마음을 가치할수잇는 날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 두루**2020. 02. 17



    아버님 생전에 좋은 일 많이 하셨을 겁니다.아마도.
    이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까요.

    요즘은 선산이 있어도 매장이 안됩니다.
    국토의 얼마를 차지한다고 했는데?
    어쨌든 잘 봤습니다. 
    효자이실 거 같아요!

  • 양 ***2020. 02. 16

    아버지가 착하게 사셨기 때문이 신이 사람을 보낸 것이군요

  • 홍서*2020. 02. 04

    듬직한 젊은 군인청년들을 만나건 참으로 행운이셨군요. 

  • 세상*****2020. 02. 03

    기가 막힙니다.눈물나게 아름다운 마음씨를가진 사람들이네요

  • 강지*2020. 01. 21

    아버님의 상을 함께해준 멋진 군인 분들이군요! 이 분들이 있어 오늘도 두 발 뻗고 잘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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