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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희망 에너지 <에너지 전환 활동가 김소영 님>

서울 동작구 상도3동과 4동에 자리 잡은 성대골. 성대 시장 입구 국사봉 골짜기 일대에 있는 마을이다. 상인과 손님으로 복작이는 시장과 고즈넉한 주택가가 어우러진 평범한 동네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곳으로 수학여행이나 견학을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단다. 시장을 거닐다 보면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 가게’라고 붙은 상점이 꽤 있다.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집도 여럿 눈에 띈다. 성대골은 서울시에서 지정한 에너지 자립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연구하는 친환경 마을 공동체다. 이 중심엔 한 슈퍼가 있다.


성대 시장을 지나 오르막길에서 ‘에너지 슈퍼마켙’을 만날 수 있다. 열린 문으로 들어서니 대표 김소영(48세) 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한데 여느 슈퍼와 다르다. 먹을거리나 생활용품 대신 절전형 멀티탭, 태양광 휴대 전화 충전기, 엘이디 전구 등을 진열해 놓았다. 간판에 적힌 글자도 ‘마켓’이 아닌 ‘마켙’으로 달리 적었다. 이곳의 정체가 궁금했다.


여기서는 에너지 절약 제품을 판매해요. 물건을 파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마을의 에너지 운동을 홍보하고 캠페인을 기획하죠. 받침을 티읕 자로 쓴 것은 에너지의 영문 첫 글자인 E(이)를 표현한 거예요.

쉽게 말해 에너지 교육을 하는 공간이다. 그녀는 이곳을 동네 사랑방으로 칭했다. 큰길가에 자리 잡아 주민들은 오다가다 들러 궁금한 것도 묻고 에너지 관련 상담도 받는다. 

 

쌍둥이 딸을 낳고 이곳에서 살게 됐어요. 근방에 아이들이 놀 만한 공간이 없는 것이 아쉬워 동네 엄마들이 모여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지요. 팔자에 없는 도서관장 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았어요. 그때만 해도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관심도 없었죠.

2011년 3월 11일, 그녀는 티브이 뉴스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접했다. 이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전기가 꺼진 도시에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녀는 환경 단체에 연락해 전문가 특강을 요청했다.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는 엄마들에게 후쿠시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모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지금은 다른 나라 일이지만 우리 아이도 충분히 겪을 수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내 문제’로 받아들여졌어요. 정부나 기업에 맡겨 둘 일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일 먼저 ‘절전소 운동’부터 했다. 우리가 쓰는 전기부터 아끼자는 것이다. 가전제품을 덜 쓰고 낮에는 불을 켜지 않았다.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 벽에는 전기 사용량을 기록해 붙였다. 얼마나 아꼈는지가 한눈에 들어왔고 다른 주민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덕분에 참여하는 집이 나날이 늘었다. 시장의 상점을 찾아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제안했다. 등을 엘이디로 교체하고, 문을 열어둔 채 냉·난방 기구를 사용하지 않거나 영업시간이 끝나면 간판 조명을 끄는 것. 동참하는 가게엔 ‘착한 가게’ 스티커를 붙여 주었다. 2012년 열다섯 곳을 시작으로 지금은 이백여 곳이 넘는다.

 

에너지 슈퍼마켙을 연 것도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절약을 체험하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성대골 착한 에너지 합창단’을 만들어 공연하고, 공원에 텐트를 치고 인형극을 선보였다. 또 축제를 열어 에너지와 기후 변화 문제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도록 도왔다. 원하는 집엔 진단사를 파견해 에너지가 어디에서 낭비되고 있는지, 어떻게 절약할 수 있는지 알려 주었다. 이런 노력에 화답하듯 처음엔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한 사람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반상회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 불볕더위와 폭우 등으로 날씨가 궂을 땐 그 원인을 찾아보고 나날이 심해지는 미세 먼지 대책을 고민했다. 마을 주민들은 에너지 전문가가 되어 크고 작은 모임으로 파견 나가 체득한 지식을 나누고 있다.

지금까지는 에너지를 원하는 만큼 쓰고 전기료를 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기후 변화는 우리 삶을 흔드는 문제가 되었어요. 나의 생활 방식이 지구를 살리는 쪽인지 아닌지 생각해 보면서 되도록 소비를 줄이는 게 중요해요.

그녀는 몇 가지 팁을 알려 주었다. 티브이를 절전 모드로 사용한다. 조금 어두워져도 보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사람의 눈은 곧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기 소모량이 큰 티브이 셋톱 박스 전원도 끈다. 냉장고 설정 온도를 조절하는 것도 쉬운 방법이다. 냉장고 온도를 살짝 높여도 음식은 여전히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다. 또 내·외부 온도 차가 적어져 냉기 모터의 가동 시간과 가동 시 필요한 전기량이 줄어든다. 냉동실은 영하 17~18도, 냉장실은 4~5도로 설정하면 좋다.


에어컨 온도는 28도로 유지한다. 찬 공기는 아래로,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기에 좌식 생활을 하는 우리는 그 정도 온도에도 충분히 시원하단다. 또 에어컨 실외기에 차광막을 설치하면 냉방 효과가 크다고. 잠자기 전이나 외출할 땐 쓰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모두 뽑는다. 매번 꽂고 빼는 게 번거롭다면 멀티탭을 활용한다.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으면서 효과가 큰 방법이라며 권했다.

 

성대골 한 어르신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나 자신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거다.’ 지구를 예전처럼 되돌릴 방법은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꿈꿉니다.

 

인터뷰 전문은 좋은생각」 7월 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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