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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의 기쁨] 잘 쓰는 법 <청년 지갑 트레이닝 센터 사회적 협동조합 센터장 김영재, 유명옥 님>

“저축은 얼마나 해야 할까요?” 자산 관리 전문가에게 주로 하는 질문 중 하나다. 대개 소득 대비 수치와 그것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답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묻는 이들이 있다. “왜 저축하고 싶으세요?” 청년 지갑 트레이닝 센터 사회적 협동조합 센터장 김영재(33세), 유명옥(35세) 님이다. 

 

“저희는 저축하려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게 좋다고 해요. 뭘 하고 싶은지, 언제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달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필요한 돈은 얼마인지까지 생각해 보고, 그걸 시기로 나누면 매월 저축할 금액이 나오죠. 그래서 자신의 욕구와 꿈에 관한 내용을 많이 이야기해요.”

 

접근 방법을 달리하는 이유는 청년들의 경제적 자존감을 높여 주기 위해서다. “보통은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적어진다고 여겨요. 그러면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위축되죠. 청년 대부분이 이런 마음을 갖고 있어요. 경제적 자존감도 낮고, 자신은 꿈을 이루지 못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이렇게 접근하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하는 거예요.”

 

청년 지갑 트레이닝 센터는 만 19세부터 39세까지를 대상으로 교육, 상담을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금융 취약 계층인 미혼모, 장애인, 아동 보호 시설 퇴소 청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바른 가치관, 경제관, 현명한 돈 관리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곳에서 말하는 꿈이란 무엇일까? “큰 계획뿐 아니라 소소한 욕구도 꿈이라고 일컬어요. 예를 들면 사랑하는 가족과 제주도에 가서 맛있는 회를 먹겠다는 것도 꿈이에요. 언제? 석 달 뒤에. 어떻게? 저축해서. 얼마나? 오십만 원. 그러면 한 달에 모아야 하는 액수가 정해지죠. 함께 갈 형제자매가 있으면 나눠서 모은다든지, 이렇게 계획을 세워요. 작은 목표부터 이뤄 가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다음 단계, 더 큰 목표로 나아갈 동기 부여가 되죠. 소득이 많은지 적은지의 문제보다는 무엇을 위해서 소비해야 하는지 모르고, 꿈조차 꾸지 못하는 게 외려 청년들을 힘들게 해요.”

 

상담할 때는 먼저 내담자를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면적 심층 진단, 심화 인터뷰를 통해서다. 수입, 지출, 부채, 보험 가입 상품 등 재무 요소뿐 아니라 소비 성향, 금융 이해도, 재무 관련 심리, 삶의 만족도, 가족·친구와 같은 사회적 관계망 등도 파악한다.

 

가계부 이름은 ‘꿈꾸는 가계부’다. 첫 장에 꼭 하고 싶은, 이루고 싶은, 갖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써 보는 ‘꿈 지도 그리기’가 나온다. 보다 구체적으로 답하기 위해 적는 방법이 있다. 여섯 가지 욕구와 다섯 가지 삶의 테마를 조합해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 여섯 가지 욕구는 가다, 먹다, 배우다, 만나다, 나누다, 가지다. 다섯 가지 테마는 가족, 건강, 여가, 공동체, 일이다. 이어지는 단계에서 실천 과제 계획, 재무 현황 파악, 예산 세우기, 통장 쪼개기와 같은 관리 시스템 만들기, 지출 기입까지 구체적인 내용과 연결된다.

 

“미래 계획을 물어보면 막연함부터 느껴요. 또 내 욕구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그저 ‘보통 이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일반적이고 획일화된 질문과 답을 하죠. 저희는 좀 더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거기에 기반해서 꿈을 찾게 해요.”

 

소비에는 죄책감을 덜라고 한다. “어릴 적부터 배운 게 돈은 아껴야 된다,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돈 쓰는 일에 죄책감을 갖죠. 돈은 결국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예요. 급여 대비 과한 금액을 저축하는 게 건강한 방법이라고 보진 않아요. 이런 경우엔 외려 돈을 더 쓰라고 해요. 물론 흥청망청 쓰라는 건 아니고요. 계획하에 그간 먹고 싶고, 가고 싶고, 배우고 싶은 걸 하나씩 해 보길 권해요. 소비 내역을 보면 분명 잘 쓴 돈, 만족스러운 소비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요.”

 

어느 정도의 소비가 돈 관리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 “즉흥적인 소비 성향이 거의 모두에게 있어요. 특정한 상황에서 홧김에 돈을 써 버리는 순간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한 달 식비가 오십만 원인데 갑자기 이십만 원으로 줄이면 생활이 될까요? 그렇지 않죠. 부작용이 생겨서 그다음 달에 더 먹어요. 신용 카드나 소액 결제처럼 손쉽게 쓸 수 있는 도구들이 있기 때문에 억누르면 다른 데로 나오게 마련이에요. 그래서 소비로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하는 게 필요해요. 물론 즉흥적 소비가 많을 때는 조정이 필요해요. 단순히 얼마를 줄여야 한다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에 맞게끔 단계적으로 줄이는 걸 제안해요.”

 

잘 쓴 돈이란 무엇일까? “‘아끼는 것’과 ‘잘 쓰는 것’은 같은 내용이에요. 둘 중 우선순위는 잘 쓰는 거예요. 잘 쓰기 위해 아끼는 거거든요. 잘 쓰는 것에는 나의 욕구나 꿈이 연관돼요. 내가 하고 싶은 일, 원하는 것을 알고 거기에 맞춰서 계획에 따라 소비하는 거죠. 그러면 만족도가 높아져요.”

 

내 욕구를 아는 것이 수입을 늘리는 쪽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욕구를 아는 게 일로 연결되기도 해요. 일의 방향성이나, 그걸 하기 위한 역량을 계발하는 내용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방법을 알려 주죠.”

 

청년들은 상담이 끝나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상담받으러 올 때 당당한 분이 없어요. 위축되고, 평가받는 기분이기도 하고. 재무 상담 자체가 어렵고요. 기본적으로 재무에 대한 기대감이나 눈높이가 높아져 있어요. ‘이 정도는 살아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해.’ 하는 마음이 전제되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지금의 자산 안에서 어떻게 욕구를 충족하면서 적절하게 살 수 있을지 확인하기 때문에 경제적 자존감이 높아져요. 경제적인 부만 보면 가진 게 없어도, 나를 돌아보면서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 같은, 숫자로 얘기할 수 없는 것들을 알아 가다 보면 내가 생각보다 가진 게 많다는 걸 깨달아요. 나도 보통 사람만큼 잘 살고 있다는 위로도 얻고요.

 

또 꿈에 기반한 계획을 세우니 지금까지는 돈에 휘둘리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내가 주체적으로 돈을 관리하게 되죠. 그런 소비를 하면서 만족감이 높아지고요. 그래서 나에 대해 알고, 막연하기만 했던 문제에 방법을 찾게 됐다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많이들 얘기해요.”

 

글 _ 이호성 기자, 사진 _ 최연창 153 포토 스튜디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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