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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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괜찮아 마을

작년 이맘때 목포의 괜찮아 마을에 청년 서른 명이 모였다. 조금은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도,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유대감을 목표로 6간 진행된 실험 공동체. 우리는 열심히 살면서도 점점 내면의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 제대로 말을 걸 수 있을 때까지 조금 더 긴 생각과 위로의 과정이 필요했다괜찮아 마을에 온 이유는 다양했다. 부모님이 강제하는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상사의 폭언 때문에, 진짜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왔다. 어떤 이는 무리에서 너는 너무 튄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괜찮은가?”를 검색하다 이 마을을 알았다고 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틀이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나는 요리사 참가자의 말을 듣고 그 투명한 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레스토랑에서 ! 오늘 각자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 보자.’라고 하면 모두가 토마토 소스로 파스타를 만들어요. 그러면 저는 토마토를 튀겨서 파스타를 만들죠. 토마토 파스타 맞잖아요? 토마토 소스 파스타 만들자고 한 건 아니니까…….”

 

6주간 우리가 계속 맞서 싸워야 하는 게 있다면 투명한 틀을 탈피하는 것이었다. 서로를 틀에 가두려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무엇보다 자꾸만 틀 안으로 들어가려는 습관을 버리려 노력했다. 오히려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조급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한심해했지만, 넘어질 적마다 서로를 일으켜 세우며 함께 나아간 순간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 ‘괜찮아 마을에서 무언가를 배워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이미 괜찮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모습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우리는 이 마을에서 찾은 단서의 조각을 갖고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연 나와 친구들은 우리가 살고 싶은 투명한 틀 밖의 세상도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요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큰 응원이 필요한 요즘이다.

 

김송미 님 | 영화 〈다행이네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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