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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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이 손인데

“우리 반에 자전거, 스마트폰 둘 다 없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둘 중 하나는 갖고 싶어요.” 

중학생이 된 아들이 부쩍 졸랐다. 안쓰러워서 스마트폰을 사 주었다. 처음엔 “정해진 시간에만 하고 게임이나 채팅은 절제할게요.”라며 자신만만했다. 한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틈만 나면 품고 다녔다. 주의를 주며 다짐받곤 했지만 그때뿐, 이런저런 눈치를 보며 스마트폰을 가까이했다.


걱정을 털어놓자 한 동료 선생님이 아들 이야기를 했다. 중학생 아들이 집에 와서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뭔가를 주고받는 것이 그렇게 궁금할 수 없었단다. 그래서 아들의 잠금 해제 패턴을 알아내려 훔쳐보았으나 빠르고 복잡해 번번이 실패했다고.

 

그러다 기회가 왔다. 아들이 새로 바꾼 스마트폰은 지문 인식이 되는 것. 선생님은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아들이 잘 때 몰래 지문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스마트폰을 켜고 아들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갖다 댔다. 한데 반응이 없었다. 반대쪽인가 싶어 왼쪽 엄지도 대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양손을 번갈아 가며 대는데, 어렴풋이 깬 아들이 약지를 들며 웃는 게 아닌가. “이 손인데.” 선생님은 그때 지문 등록을 엄지가 아닌 다른 손가락으로도 할 수 있는 걸 알았다. 결국 “아들 믿어 보세요.”라는 말을 들으며 방에서 나왔다고. 헛웃음이 나면서도 아들의 말에 믿음이 갔단다.


“부모님들, 아이 한번 믿어 봅시다.”

 

진성수 님 | 대구시 수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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