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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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나 잘 있어!

2007년 중국 유학 시절, 평소보다 늦게 집을 나섰다. 급한 마음에 계단을 두세 칸씩 뛰어 내려가다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아픈 허리를 매만지며 일어나려 했지만 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중국과 한국에서 큰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하나 다리는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다잡아 온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아침에 눈뜨면 모든 것이 꿈이기를, 아니면 이대로 눈감을 수 있기를.’ 이런 못난 기도를 하며 절망스러운 병원 생활을 이어 갔다.


저녁을 먹고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병실 문만 바라보며 한참 기다렸으나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엄마를 찾아 나섰다. 휠체어를 타고 미로처럼 복잡한 병원을 이리저리 헤맸다.


어두컴컴한 진료 대기실 앞을 지날 때였다.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른 불을 켜자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 채 다리를 꼬집고 때리며 서럽게 우는 엄마가 보였다.


“엄마! 여기서 뭐 해? 왜 이래!” 나의 고함에 정신을 차린 엄마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국화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왜 미안해?” “나는 오래 살아서 다리가 필요 없는데. 우리 국화가 걸어야 하는데. 내 다리를 떼어 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힘든 사람은 나라고 생각했는데, 딸 대신 아파 주지 못한 엄마는 죄인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부둥켜안고 꾹꾹 참은 눈물을 쏟아 냈다.


어느덧 십 년이 흘렀다. 나의 장애는 삶의 또 다른 가치를 알려 주었다. ‘케이비에스 장애인 앵커’에 최종 합격한 날, 서울에 있는 나와 경주에 사는 엄마는 전화기를 붙잡고 울었다. 그날과는 다른, 기쁨의 눈물이었다.


“안녕하세요, 생활 뉴스 최국화입니다.” 매일 낮 열두 시를 알리는 뉴스 시작 멘트가 나의 영원한 팬이자, 딸을 늘 걱정하는 엄마에게 “엄마! 나 잘 있어. 사랑해!”라는 안부 인사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최국화 님 |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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