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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새벽 햇살] 가위 든 간호사


오후 네 시 삼십 분이면 스피커에서 운동 시간을 알리는 음악이 나온다. 복도로 나가 음악에 맞춰 삼십 분간 걷는 이 시간을 모두 좋아한다. 줄을 따라 걷다가 앞사람의 머리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머리끝이 삐뚤빼뚤한 것이, 누가 봐도 전문가의 솜씨는 아니었다. 


이곳은 치료 감호소로 미용사가 한 달에 한 번 와서 미용 봉사를 해 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외부인의 방문이 어려워졌다. 다들 일 년 가까이 머리를 다듬지 못해 머리가 많이 길었다. 나는 커트 머리에서 단발, 단발에서 장발이 되었다. 


하루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머리 자르고 싶은 사람은 나오라는 말에 미용 봉사자가 온 줄 알았다. 한데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이는 바로 수간호사님이었다. 


멍해진 내게 그녀가 물었다. 

“유진 씨, 머리 얼마나 잘라 줄까?” 


그녀는 한 손에 문구용 가위를 들고 있었다. ‘저걸로 괜찮을까?’ 잠시 걱정했으나 이내 머리를 맡겼다. 방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니 양쪽 머리 길이가 살짝 달랐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녀는 시간이 날 적마다 여러 사람의 머리를 잘라 주었다. 그 덕에 다들 깔끔해졌다. 머리가 조금 비뚤면 어떤가. 덥수룩이 자란 머리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자신이 손질해 주겠다고 나선 그 마음이 고마웠다. 


엄해 보이던 수간호사님이 큰언니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가위를 들고 수줍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내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다 보면 누군가의 작은 관심에도 눈물이 고이고 감동을 받는다. 이토록 따뜻한 염려를 받았으니, 훗날 사회에 나가 잘사는 모습을 보여 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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