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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새벽햇살] 튼튼한 울타리

 나는 식탁에서 고등어구이조차 구경하기 어려울 만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늘 주눅 들어 있었고, 친구 한 명 없이 외롭게 지냈다. 아버지는 술만 마셨고, 어머니는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매일 이런저런 이유로 다투는 부모님을 보며 가정에 정을 붙일 수 없었다. 

 

나는 부모님과 점점 멀어지면서 비뚤어졌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사탕과 껌 등을 훔쳐 먹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했던가. 나는 점점 대범해지고 씀씀이도 커졌다.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의 방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번 맛본 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일해서 받은 월급만으로는 내 씀씀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런 내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등을 돌렸다. 가족들조차 떠나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죄를 저지르고 도피 생활을 하는 중, 동갑인 여자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연인이 되었고 동거를 시작했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여 당장 일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렇게 나는 막일 중에서도 힘들기로 손꼽히는 대리석 시공을 했다. 

 

첫날, 너무 힘든 나머지 관두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때까지 일한 시간이 아까워 가까스로 버텼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니 앞치마를 두른 그녀가 쌀밥과 찌개, 불고기와 고등어구이를 차려 놓았다. 

 

그 모습에 눈물이 났다. 그때까지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을 받아 본 기억이 없었다. 힘든 하루를 보상받는 듯하고, 피로가 녹아내렸다. 살면서 한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에 먹먹했다. 

 

그 뒤로 나는 달라지려 노력했다. 일 년여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그녀와 행복하게 지냈다. 하나 마음 한편은 늘 불안했다. 내가 지은 죄 탓이었다. 자수를 여러 번 고민했으나 지금의 행복이 깨질까 두려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결국 나는 구속되고 말았다. 접견 온 그녀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었다. 나는 고개 숙인 채 눈물만 떨궜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얼굴 좀 들어 봐. 과거에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같이 지내는 동안 네가 누구보다 노력했다는 걸,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는 잘 알아. 그게 아마 너의 진짜 모습일 거야. 네가 그 모습을 잃지 않으면 앞으로도 나는 너와 함께할 거야. 그러니 너도 반성하고 돌아와.” 

 

과거가 탄로 나면 행복이 깨질까 봐 불안해하며 지낸 나에게 내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 

 

그녀는 지금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기다린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내게 돌아갈 곳이 있다. 그녀와 만들어 갈 미래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이곳에서 나가면 제일 먼저 그녀를 말없이 안아 주고 싶다. 아마 그녀도 포옹에 담긴 많은 의미를 알아차리리라. 그리고 부모님을 찾으려 한다. 처음부터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엉켜 버린 실타래를 천천히 풀어 갈 테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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